연극의 작품성을 보여준 이시대의 최고의 명작 입니다

봄날 보기에 딱 좋은 연극이다!
이 연극이 유독 나에게 좋았던 건 내가 경주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정서적 거리의 가까움이 연극에의 몰입도를 높여 줬다.
사실 나는 경주 출신이면서도 사실 경주 사투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부산처럼 확 강렬한 것도 아니고 어딘가 미적지근한 느낌이 싫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연극을 보고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경주 사투리가 참으로 인간적인 냄새를 품고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인다.
그랬능교?.. 알았니더.. 그라입시더.. 화병이 났다 아닙니꺼
이 극을 쓰신 분은 정말 경주 사투리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다.
나는 느낌으로만 알고 있는 걸, 작가분은 연극에다 풀어낼 정도로 경주 사투리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신 것이다.
이처럼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경주 지역의 사투리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극이다.
아마도 경주 사투리가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테다.
하지만 한 번 보고 나면 묘하게 경주 사투리의 묘운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네 사는 이야기 그 자체인 연극의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서로 사랑 표현이 서툰 부부가 등장하는데 그들의 투닥거림이 참 어딘가 익숙하다.
우리네 부모님들 혹은 조부모님들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닌가!
확실히 사랑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렇게 똑부러지게 알지 못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이 연극을 보곤 들었다.
그저 평생의 반려자가 묵묵히 옆에 있어 주고, 내 고난과 슬픔을 함께 해주고..
그것 이상으로 큰 사랑의 표현이 어디있겠는가.
이 극에 등장하는 늙은 부부의 사랑법도 그런 것이었다.
참 미운 정만 쌓아가는 부부구나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몰랐던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연극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일 뿐인데 감동적이고 안타깝다.

그리고 하나 더 보태자면 연극 무대도 참 예뻤다.
오른쪽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복사꽃 핀 나무..
조명이 비추면 무척이나 예뻤다.

주변에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꽤 많이 이 연극을 보러 오셨는데
다들 너무 애들마냥 즐거워했다.
그런 걸 보면서 엄마랑 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만약 다음번에도 이 공연이 있다면, 그땐 꼭 엄마와 함께 보러 가고 싶다. ^^

펑펑울면서 나왔습니다ㅜㅠ
엄마랑보면 좋은 공연!!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출연:박용수,우미화,정인겸,염혜란,조주현,최정화 작,연출:손기호) 작년 서울연극제 대상 작품이다. 극단 이루의 경주시리즈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전작들에 이어서 경주를 배경으로 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들의 이야기다. 이번에는 부부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50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와 위기를 맞이하는 아들 부부 그리고, 옆집에 사는 서면댁 부부의 이야기다. 연기와 무대,음향,조명 모두가 최고다.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공연내내 묻어 나온다.

신문 광고만 보고 가서 봤네요.
연극 내용도 괜찮고,
연기상 받은 분들이니 만큼 연기도 꽤 훌륭합니다.
오랜만에 정극을 맛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