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겨우 겨우 떴다.
전날 비교적 얌전히 있었음에도 몸은 꽤나 피곤했던듯 하다. 우씨..

또다른 햄릿을 만나는 날.
멜로드라마에서 처음 알게되어, 아.. 이배우 좋다 싶었던 조한철.
처음 이 작품의 포스터를 봤을 때 딱 2명의 배우만 알아봤었다.
나쁜자석에서 만났던 김영민과 정원조 배우.
그리고, 눈에 익기만 했던 그러나 어디서 봤을 지 기억을 전혀 못하겠던 배우 둘..
스테파니가 여배우를 알아보더라. 멜로드라마에서 본 그 여배우라고.
그러고 보니 맞는듯 싶더라. 오호~~
그랬는데.. 또 한 명의 남자배우.. 이름이 낯이 익어 저배우가 누구지? 하고
자꾸 갸우뚱 거렸는데 웬걸.. 멜로드라마의 미현이를 진짜로 사랑하게 된 바로
그였던 거다. 허거덩... 저 배우가 원래 저리 생겼었나?
어디 수술한 건 아닐까? 아냐~~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느라 수술할 틈도 없을텐데..
전에는 안경을 쓰고 있어서 몰라봤던걸까?
턱도 갸름해진 V라인인데.. 그래서 몰라본걸까?
암튼, 멜로드라마와 너무나 다른 느낌의 그..

김영민의 석동과 햄릿..
연기도 좋았고 그 깨끗한 미모(?)도 좋았지만 조한철의 석동과 햄릿이 너무도
궁금했었고, 날짜를 가늠해야 했었다.
막공날인 어린이날?!!!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보고 바로 달리면 어찌어찌 볼 수
있기도 할텐데.. 빠듯하게 움직이려면 스트레스 쌓일것만 같은 불안감...
에라 포기하자.. 그리곤 하루 전 날의 낮공을 선택하기로 했다.

부산에 가야 한다던 스테파니, 그리고 같이 보지 않겠냐 물었을때, 비록 캐스팅은
다르다지만 같은 작품을 보긴 그렇다던 그녀 S..
하는 수 없이, 나 혼자 보기로 맘먹고 자리를 찾아보니, 맨 앞줄 중앙정도에
한 자리가 비어 있더라. 후후후...
그래서 그렇게 예매를 해놨는데, 어머!어머!어머! 스테파니가 시간이 된단다.
그래서 같이 보기로 했고, 다시 찾은 예매싸이트..
그녀가 줄박을 볼 인연이었던듯.. 내자리를 예매할때 까지도 누군가의 자리 였던
내 옆자리가 또 비어있는게다. 얼른 그 자리를 집는다. 후후후
작년에 쓰릴미를 두번째 보기위해 잡았던 자리도 딱 이런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이 작품은 어린이날이 막공인게 어찌나 다행인지..
한 번 꽂히면 달릴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앗... 공연 시작 전 다른 쪽 내옆에 앉은 그녀 E..
전날, 이블데드에서 지인을 바로 옆자리에 마주쳤는데, 이번에도 또다른 지인이
바로 내 옆에 앉는군. 허허허..
하긴 뭐 공연을 즐기면서 만나게 된 이들은 어딜가도 마주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인게다.

5~6열의 객석이 마주보도록 되어 있는 무대구성..
지난 노동절날은 맞은편의 맨 뒷줄에 앉아서 봤었는데, 제일 앞 줄이라곤 하지만
그 맞은 편에서 앉아 보니 그때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하나 둘 더 발견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두번째 관람이기에 스토리라인만 따라잡느라 놓치고 말았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여유탓인지도 모르겠다.

노동절과는 달리 조금은 더 훤칠해진 석동.. 이것만이 아닌 또다른 색의 석동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구나.
음.. 음색은 뭐랄까.. 나는 조한철의 음색이 더 좋은것 같다.
김영민의 음색이 낭랑하고 팽팽한 긴장과 함께하는 울림이 느껴진다면,
조한철의 음색은 뭐랄까 쫀득쫀득한 그러면서 감기는 듯한 그런 음색같다.

연극이라지만, 몇 곡의 노래와 함께하는 이작품. 비록 막귀지만 음색의 선호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것 같다.

대학로 배우들의 이야기와,
햄릿의 이야기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불안한 청춘들의 이야기와,
그리고 그들의 미완성의 사랑의 이야기들...

사족처럼 보이는 얼개도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런 이야기 구성들..

연극을 보면서 석동이 극단에 처음 가입하게 될 무렵의 선정과 민호의 연극연습
얘기를 보여주던 장면...

프랑스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La Mort(철자가 맞나?)가 보이는 듯 했다.
스테파니에게 저거 그거 아냐? 소곤소곤 얘기를 나눠보니 그녀도 내 의견에 동의
하는 듯 하고.. ㅎㅎ

공연 중간 중간에 까메오로 등장하는 또다른 석동의 익살스럼에 또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던 그런 시간들이 아녔나 싶다.

아쉬운 점은, 공연시작 전, 무대에 흐르는 아싸라비야~ Song..
공연의 일부일 줄만 알고 기다렸었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실망했던 노동절날..
그래도 이미 알고 봄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가 영 아쉽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수다 소리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 않던 그런 상황이
아니라 제대로 배우들이 불러주는 것을 듣고 싶었건만.. 에휴..
프로그램북을 사서 보니, 객석의 자기 자리를 찾아 가기 위해서
객석과 객석 사이의 무대위에 한 발이라도 올려놓아봤다면, 이미 무대위 배우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는거라는 글귀가 참 인상적이다.

뭐, 어쩌면 석동이 무대에 나와서 우유를 나눠주고, 우윳값을 건낼때의 교감
그런것도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
비록 내가 직접 받지는 못하고, 그저 손만 들고, 저요~ 저요~ 외치는 것 그 한
순간이라 할 수 있어도 그역시 [줄리에게 박수를]이라는 작품속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 아녔을까 싶다.

어쩌면 그건 복순이 술에 취한 듯, 무대주변을 돌며 관객들을 향해 말을 건네고
함께하게 하는 행위와도 맥이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도 저도 다 맞는 얘기일 수 도, 다 틀린 얘기일 수 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에 언급된 바로 그 문구가 참 생경하면서도 좋게 다가온다.
그리고 너무 늦게 찾은 줄리와 햄릿에게 안타까움도 느껴지는거다.

재미있게 구성하면서도, 하고픈 말을 전달했던 뮤지컬.

삶의 모든것이 다 어중간했기에, 사랑만큼은 어중간하긴 싫었다고하며
죽은 옛 연인이 자살이라고 끝끝내 믿는 줄리.

하지만 어중간한 삶이란게 어디있을까...
모든 풀잎같은 생 하나하나가, 그 치열한 생존과 고민이,
사랑스럽고.. 안스럽고.. 대견한 것이다.

청춘이란,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청춘따윈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고 했던, 뜨거웠던 대사가 기억난다.
모든 어설픈 젊음과 소소한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던, 따뜻한 뮤지컬이었다.

두번째 봤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공연기간이 더 됐으면 또 봤을 거예요~ ^^

초연때부터 계속 보아온 줄리에게 박수를..!!

무대 구조상 배우 등을 자주 접해야 해서 아쉽긴 했지만

여전히 좋은 대사들과 배우분들의 열연으로 잘 보았습니다.

마지막이 다 되어서야 봤다는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진작 더 봐뒀어야 하는데...

힘든 생활이지만 꿈을 쫓아 열심히 연극을 하는 청춘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하는 사람들.
자기 자신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어중간한 사람들.

과거 로미오(민호)의 사랑에 설레어하다..
복순과 선정에게 공감하다..
절규하듯 눈물 흘리며 오필리어의 대사를 쉬지 않고 내지르는 선정과
그를 보며 함께 눈물 흘리는 석동과 함께 눈물도 짓다가..
결국 햄릿 공연을 하며 계속 희망을 잃지 않는 석동과 배우들을 보며
결국에는 웃으며 나올 수 있었어요.


배우분들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