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가장 대표작인 <어느 계단 이야기>는 1949년 공연되면서 187회 연속공연이 이루어진 대 성공작이다. 당시는 프랑코 독재시대로 철저한 규제와 검열이 있어서 당대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단순한 희극이나 현실 도피의 연극들이 주를 이루는 시기였다. 그러나 내전 후 경직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에는 역부족인 중하류 층의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생동감 있게 전해주는 <어느 계단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고 가식된 세계를 보여주기만 하던 연극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제까지 외면해왔던 현실문제..

작품은 모두 3막으로, 어느 도시의 허름한 연립주택의 계단을 배경으로 한다. 모든 사건의 중심적 공간은 계단으로서, 이곳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 1막은 1919년 어느 날, 제2막은 10년이 흐른 1929년 어느 날, 제 3막은 20년이 지난 1949년을 배경으로 하면서, 30년간의 3세대에 걸친 주인공들의 좌절된 삶을 통해 스페인의 어두운 사회적 현실을 잘 보여준다. 1막에서는 홀아버지의 무남독녀인 엘비라, 홀아버지의 외아들인 페르난도, 철도 공무원인 아버지 그늘 아래서 어머니와 건달 오빠와 살아가는 카르미나, 그리고 노동자인 우르바노의 젊었을 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