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관계로 해석한 사랑
연극 채권자들은 구스타프와 아돌프의 대화로 시작한다.
구스타프는 아돌프의 친구인 척하며 접근하여 논리적인 언변으로 아내를 의심하게 만든다.
사실 구스타프는 아돌프의 아내인 테클라의 전 남편이다.
자기를 버리고 젊은 남자에게 가버린 테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아돌프에게 접근을 한것이다.
구스타프와 아돌프는 아내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인다.
여기서 구스타프는 여러가지 상황, 심리등을 논리적으로 아돌프에게 설명한다.
구스타프는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여성에 대한 소유욕과 더불어 가부장적인 캐릭터이다.
그래서 차분하고, 핏발을 세우는등의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존재이다.
여기서 잼있는것은 구스타프가 논리적으로 아돌프에게 설명하는 대화내용이다.
당신의 아내는 상냥하면서 천박하며, 너의 돈과 명예, 지적능력등을 피 빨아먹듯하는 사악한 마녀같은 존재라고 한다.
거기에 정당한 증거라도 되는냥 파티에서 찍힌 젊은 남자들 사이에 있는 아내를 옷차림,옷의 파인정도(노출) 화장등을
통해 설명한다. 근데 관객으로써 이 설명을 듣고있다보면 직접적인 사진이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구스타프의 설명에 타당성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지적 언변의 놀라운 힘인가 ?? 이장면에서 TV드라마등에서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 남자가 한 사진을 바라보며 아내를 의심하는 장면, 웃음이 나왔다.
한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해 미치도록 의심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이런 모습일까 ?
감성적이고 사랑에 전부를 건 남자 아돌프는 어리석게도 구스타프의 언변에 넘어간다.
아내를 의심하는 자신이 싫지만 어떻게 감당이 안되는 마음. 그러나 아내를 사랑하는 아돌프, 안타까웠다.
파티에 갔던 아내 테클라가 돌아오고 구스타프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구스타프는 아돌프에게 지적인 위엄을 보이던 모습과는 다르게 평범한 한 여자의 남편의 모습을 보인다.
이장면에서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솔직하게 구스타프가 급 없어보였다. 인간이란 간사하면서 사악한 존재이구나
구스타프는 아니야아니야 내가 반성하고 있어, 귀걸이 내가 걸어줄까 등등 살짝 아부 떠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테클라와 둘만의 추억을 떠올린다. 여기서 테클라는 파멸로 이끄는 실수를 범하게된다.
테클라는 빚 받으러 온거야 하고 말한다.
구스타프는 남여의 관계를 사회학적인 성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당신은 위험한 여자야, 우리의 계산은 끝났어,
다른 채권자를 찾아봐 라고 말한다.
채권자들-스트린드베리는 사랑을 돈,빚의 관계로 해석했다.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소유욕을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좋은 걸 보면 가지고 싶다. 소유욕은 남여의 사랑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마녀같은 여자 테클라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있는,빨간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중년여자 테클라
테클라는 알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있으면서 한 남자의 돈과 명예, 지적능력, 육체적 활력등을 탐욕스럽게 빨아먹는 존재로 비유되고있는 캐릭터이다.
자신의 남편 아돌프에게 미치도록 사랑받으면서도 다른 젊은 남자들에게도 사랑을 받고싶은 여자
테클라는 사랑은 주는것이라고 난 그저 사랑받고싶을 뿐이라고 아돌프에게 말한다.
그저 사랑받고싶을 뿐이라는...나는 공감했다. (공감하는 나는 무엇일까?)


무대
공연장에 들어섰을때 떠있는 백색의 무대가 눈에 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느껴지는 무대는 바다위에 떠있는 배 같기도 하고, 고립된 섬같기도 하다.
모든것이 죽은 듯한 느낌의 무대위에 세 주인공은 실제처럼 존재한다. 그리고
한 뿌리에서 나온 세 가지의 나무가 이들을 상징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을했다.
구스타프와 아돌프는 테클라에게 뿌리와 가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거울, 2개의 의자.고목나무,차양등을 갖춘 무대는 세사람의 논쟁과 맞물려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 공간이 있기에 그들이 더 실제처럼 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인상적이었다.


아돌프역(김영필님)
개인적으로 채권자들에서 테클라란 여자도 매력있었지만 나는 아돌프에게 더 마음이 갔다.
한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한 죄 밖에 없는 남자, 시랑한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준 남자
이런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는 어떤 마음일까...테클라가 밉기도 했다.
김영필 배우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의 힘을다해 아돌프 역을 연기하셨다.
순하게 생기신 얼굴과 큰키, 매력적인 목소리는 아돌프 역에 딱 이란 생각이다.
김영필이란 배우가 있었기에 아돌프란 캐릭터에 빠져들었던게 아닐까?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 공연이었다.
결말이 슬프게 끝난것이 마음아팠다.
전남편이 무엇이기에 채권자가 된양..
씁쓸한 기분이었다.

"채권자들" (원작:스트린드베리 연출:이성열 출연:이호재, 길해연, 김영필 제작:극단 컬티즌 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작년에 스트린드베리이 100주기 페스티벌로 공연했던 "채권자" 를 봤기 때문에 원래는 안 볼려고 했으나 출연 배우와 연출때문에 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역시 난해한이야기와 설정때문에 지루하기만 하였다. 배우와 연출 극장이 아깝다.

작년 스트린드베리 페스티벌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바지만...
이 작가 정말 천재면서 변태다.
어쩜 이런 괴물같은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세 남녀의 비뚫어진 심리를 간결하고 놀랍도록 깔끔하게 표현해낸 극본이라니!
게다가 이호재, 길해연, 김영필이라는 놀라운 배우들을 캐스팅해 극본만큼 완벽하고 깔끔한 연기를 보여준다.

물같이 고요하다 불처럼 타오르다 재처럼 스러지는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목이 마르고 숨이 가빠진다.

짧은 공연 기간이 많이 아쉬운 공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용되는 일종의 주도권싸움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