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후차라마타 - Beyond Binary" (연출:배요섭 음악감독:연리목 출연:최재영, 이지연, 공병준, 최수진, 조아라, 황혜란, 발라크리쉬난, 팔라니 무루간, 엔젤 글레디, 푸자 발루 제작:남산예술센터, 공연창작집단 뛰다 극장: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별점:★★★☆☆) 바후차라마타는 인도의 젠더 전환자 공동체인 히즈라(Hijra) 가 ''마타(어머니)'' 로 섬기는 신이다. 인도와 한국의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등을 만나 얘기한 것을 대사와 움직임으로 표현하였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없고, 관객과의 교감과 의사 소통을 많이 나누려고 하는 작품이었다. 공연 후반부에 관객이 무대위로 올라와 배우의 움직임을 보면서, 일반인들과 성소수자들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고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몸짓이 좋았고, 배경으로 쓰이는 인도 음악도 이색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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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드라마센터.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촬영장 분위기랄까. 외국인들이 꽤 많이 앉아 있다. 우리말 알아듣나~? 속았다. 배우들이었다. 연출님의 설명으로 시작된 극은 토막토막 Stop과 Play를 반복하듯 진행된다. 몇몇의 관객에게 질문을 하던 중 "시작"이란 소리도 없이 공연이 시작된다. 15개의 의자. 10명의 배우. 한 명의 연출. 4명의 연주자. 그리고 훌륭한 번역자막. 의자에 앉아 이름과 나이를 이야기하던 배우들이 무대 안쪽으로 이동해 옷을 벗고 무대에서 흰 옷으로 갈아입은 뒤 돌아가며 한 명씩 색깔선명한 겉옷을 입고 자신, 혹은 타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에피소드의 연결이 지루하지 않은 극의형태. 특히 첫번째 에피소드, 젠더역의 배우의 꽤 오~랜 춤 덕에 시작이 즐겁다.^^

논리적으로 접근해 본다. 뇌구조와 염색체, 그리고 줄기차게 다양성을 부르짖는 세 명의 학자들의 이론으로 풀어본다. 마치 세미나와 동영상자료를 보는 듯 하다. 여기를 마무리하는 연출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의 분류.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둘이자 하나인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를 반복하던 끝. 쌓인 의자를 허문다. 강한 상징성과 더불어 현대무용같은 움직임들이 그려진다. 우리가 그들 밖에 선을 긋고 그들이 쓰러지면 관심을 버리지만 그들이 조금이라도 꿈틀거리고 일어나면 다시 그들을 에워싸고 동물원 동물처럼 가둬버린다.

절정-공중에서 온갖 색의 방석들이 떨어진다. 다같이 달려가 뒹굴고 던지는 장면에서 묘한 해방감과 더불어 울컥하는 뭔지 모를 감정이 터져나온다. 마치..일종의 종교의식 같다고나 할까? 이 공연은 이 의식이 목적이라는 듯!

관객중 희망자를 무대 방석위로 이동시킨다. 관객은 둘로 나뉘어 서로 바라본다. 원 밖에 우리와 원 안에 그들의 위치를 바꿔보자는 의미가 엿보인다. 무대에 앉는 것. 만약 완전하게 위치와 역할이 바뀐다면 아찔한 순간이리라. 허나 사람이라는 종족은...그렇게 바꿔 앉아도 다시 생긴 가운데 무대에 자신들과 다른 역할로 움직이는 이들에게 집중하게끔 되어있다. 완전한 이해와 소통은 없다.

이번엔 토론회이다. 관객과 배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공연의 시작도 끝도 경계가 없다. 뭐..어떻게 보면 객석과 무대라는 공간적 경계를 허물 듯, 공연과 공연 밖이라는 시간적 경계를 허물 듯,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허문다는 일관된 시각이 단단해보이기는 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쌓아 온 시간의 흔적도 보인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나의 일이 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지금은 이해할 것 같아도, 이해하는 역할의 배우를 TV나 무대, 스크린에서 볼 때 ''''''''멋있다~나도 저래야지'''''''' 해도, 그 시점이 나의 삶에 파고들면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러한 장르파괴적 시도가 인정받고 관심을 받아야 한다.

성을 이분하고 5가지 종류, 8가지, 16가지로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숫자와 글자와 편견에 얽매인 성의 분법에 구속당하지 말고,
자기자신부터, 가족부터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인정하자에 한 표를!
그리고, 우주안에서 작은 방에 갇혀, 매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주어진 대로의 성이 아닌 자연이 명령하는 대로의 성에 솔직한,
남자나 여자가 아닌 사람일뿐인 이들의 방문을 두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