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좋았던 작품!
강력하고 묵직한 주제의식과 배우들의 연기의 합이 잘 맞아떨어졌다.
종종 이어지는 암전 역시 작품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는 파국의 구조도 역시 흥미진진했다.
극단 산수유의 저력이 살아 있는 작품!

좋은 연극은 끝나고 집에오면서 질문들을 던져준다.
아니 내가 좋은 연극을 평가할 사람은 못되고, 연극이 좋은 이유라고 해두자.
어제 연극 <괴물>을 보고 집으로 오면서 그런생각을 했다.
''과연 잘 살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군가를 ''정상''이라고, 또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어떻게 주어지는가? ''17명의 끔찍한 등장인물'' 중 나는 누구와 닮았을까?
이런 많은 질문들을 누군가와 떠들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요즘 약속을 잡는 것이 귀찮아 혼자 연극을 보러다니니, 그럴수 없어 아쉬웠다.
공연이 어땠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초반 3분의 1을 지날 때까지 느리고 무겁고 짧게 끊기는 장면들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이후에는 상당히 몰입해서 봤다. 영화대본을 연극화하면서 컷으로 나눠진 장면들을 연결하다보니 그렇게 처리되었던 모양이다.
류주연 연출이라는 것이 놀라울만큼 거칠고, 야하고, 폭력적인 대사와 소재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노출이나 폭력, 욕설이 무대에 나오는 것이 싫은데, 분명 불편하기도 했지만, 놀랍기도 했다. 류주연 연출님의 연출이 맞나 싶은 파격이라고 느꼈다.
많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포가 될꺼 같아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지.
공연이 끝나고 이야기가 하고싶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다가와 엉덩이를 깠다. 깜짝놀라보니 그 조그만 체구의 천진한 얼굴의 류주연 연출님이 하이킥을 날리셨다. (키가 작으셨기에 하이킥이 내 엉덩이까지 밖에 오지 않았고 나의 튼실함 덕분에 다행히 전혀 타격은 없었다)
''야 김솔!! 너 어떡할꺼야!! 포스터가 나와야 홍보를 할꺼아니야!! 나가서 관객들 데려와!!'' 아마 거칠고 폭력적인 연극을 준비하시다 보니 성품도 변하신게 아닐까 싶어 한편으로 겁이났다. 연극 한편이 사람을 얼마나 바꾸게 되는 것일까? 또 나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할 수 있을까? 평소 인간 관계를 넓히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냉정히 웃기는 코메디는 아니다. 무겁다. 하지만 보는 내내 끔찍한 현실과 리얼리티에 실소를 금치 못할것이다. 그리고 17명이다 되는 멋진 배우들의 화려한 언변과 연기를 한 곳에서 보는 것으로도 참 좋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무대에 올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내겐 완벽주의자 같이 느껴지는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 연출님이 창단 5년만에 처음으로 단원들을 무대에 세웠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와 시작을 함께하던 친구 동생 누나들이 무대에 올라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기를 쓰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 남다른 감동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공연이 ''좋다 나쁘다''를 고민할 필요 없이 정말 해야할 질문들로 이끌었던 것이다. 이것이 어느정도 충분한 자격을 갖춘 연출가, 배우, 스텝, 들이 관객을 맞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정말 하고 싶은건 작품이 어떻고 내 실력이 어떻다는 걸 평가받는게 아니라 작품을 통해 이 시대와 스스로의 삶에 대해 계속해서 묻고 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기에..
연극<괴물>. 산수유 총출동이라는 부제가 붙어도 좋을 연극.
보시고 이야기 해주시길.

"괴물" (작:이승원 연출:류주연 출연:박명신, 선종남, 장성익, 김용준, 이현경, 위희순, 신용진, 박지훈, 김애진, 박시유, 김지한, 임정묵, 현은영, 반인환, 이지혜, 홍현택, 강선영 제작:극단 산수유 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작년에 재밌게 봤던 "주머니 속 선인장" 의 극단 산수유 작품이다. 홀로 6남매를 키운 엄마와 그의 자녀들이 장애를 가진 첫째 아들의 생일날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게임 중독자, 트랜스젠더, 히키코모리 등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약자들인 이들은 항상 침대에 누워있는 형의 살인을 계획한다.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나타내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이지 않고 괴물처럼 보이지만 거기엔 우리들 자신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무서운 연극이었어요. 이리저리 뒤섞인 관계에나 등등
어렵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