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상륭씨의 <열명길>을 연극으로 각색한 <남도>는 보고 난 후의 소감은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고 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주막집을 하던 덕산댁이라는 할머니와 그 할머니를 해바라기하며
한 평생 고자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할아버지가 보름달이 환하던 어느 날 밤 바다로
나가서로 남몰래 숨겨놓고 살았던 이야기들을 달그림자 어리는 배위에서 풀어 놓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이 연극은
어스름한 조명아래... 푸념과 그리움이 섞인 한 노인의 회상은...
그것이 젊을 때의 열정적인 사랑이 아니었을지언정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맛깔나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정적인 고요한 밤바다의 묘사가...
음산하면서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소설의 무대화를 무엇보다도 잘
표현한 작품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망부석 설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은 달이 중요한 상징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달의 예로부터 기원의 대상이었듯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보살님 부처님 예순님
요나라 순 임금님 순나라 요임금님 서낭님.객구님..."에게 무언가를 소망할 때
이런 후렴구를 읇었습니다. 이러한 연극 전체를 관통하는 애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이 달에서 비롯된 듯 보였습니다.
무대에서도 달의 형태를 나타내는 조명이 너무 리얼해서 무대장치표현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제한된 무대위에서 표현해내리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었을텐데
연극 <남도>는 작은 무대를 회상의 장소와 현실의 장소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면서 또한
빗소리와 뱃노루를 지는 소리의 형상화를 통해 소설의 무대화에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자 영감이 독백하는 장면은 무대 앞쪽에서 회상장면은 무대가운데에서,
덕산댁이 남편을 잃고 바닷가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무대 뒤쪽 검은 망을 친 뒤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시간적으로 아득하고 공간적으로 유리되어있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죽음을 통한 인간의 삶의 운명을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삶에 대한 애착과 쓸쓸하고 나약한 인간존재 운명을 그린 수작이라 할 추천하고 싶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훌륭했으며 음향효과 또한 무대 뒤에서
직접 소리를 손수 만드시는 스탭의 노고 또한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연극이 대학로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1월 3일 오후 7시에 혜화동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관람했습니다.
사투리를 꽤 잘 알아듣는 편이라 내용을 놓치지는 않은것 같다.
울먹이는 소리와 파도효과로 인해 대사가 정확히 들리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로 들리는 소리보다는 의미로 대사를 이해할수 있기도 했다.
마음속에 연정을 품었던 주막집 과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넋두리처럼 회상해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그날의 상황재연이 자연스럽고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특별한 사건으로 긴장시킬것이 없는 내용.
노년의 사랑과 평생을 젊은 시절 떠나보낸 남편을 그리며 수절해온 할머니의 기구한 삶의 아픈 마음들이 웃음과 눈물, 외침과 푸념처럼 늘어놓는 이야기속에 잔잔하게 들려온다.
특별하다할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대가 저녁달빛배경의 바닷가를 표현하다 보니 상당히 어둡다.
배우도 단 2명.
할머니가 운영하던 주막집을 이어지켜가는 할아버지의 지난 회고가 들려지는 자리위에서 어스름하게 비쳐지는 등불이나 어두움속에 은은한 빛으로 주위를 밝혀주는 보름달의 분위기, 두 노인의 모습만큼이나 오래된듯한 그래서 더 어울리는 나룻배 한척의 모습이 두 노인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후반부는 할머니의 죽음을 표현하며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여서 지루한감도 살짝 있지만 두 노인의 가슴속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드러나 잔잔한 파도처럼 여운을 남긴다.
할머니를 향한 오랜 연정을 품었지만 타고난 성불구의 몸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워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오랜세월을 일찍 떠나버린 남편을 그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가까이에서 늘 바라봐주던 할아버지에 대한 끌림으로 나름 위안을 받았던 할머니의 마음이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온다.
생의 마지막 시점이 아니라 좀더 속마음을 표현하고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현실적으로 또 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런 마음을 속으로만 간직해야했던 상황이 속내를 드러낸뒤 공유했던 시간이 짧을수 밖에 없음이 더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홀로 남겨진 할아버지의 선택이 할머니가 떠나간 빈 자리를 지키며 할머니가 매일 해왔던 해바라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지만 할머니를 찾아오던 할아버지는 여기 있는데 할아버지를 찾아올이는 어디에 있는지...
사실 말초적인 연극보다 이런 정극이 더 사랑받아야
되는데 그렇치 못함이 안타까운건 왜일까요....
어쩌면 다소 지루할수도 있는 어려움의 내용을 내포
하고 있어서 그럴수도 있게다 싶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곰곰이 곰씹을 수 있는 연극이기에
아쉬움으로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작도 사실 쉬운 내용은 아니지요...
어찌보면 인간사의 내면의 본질을 통찰할
이념과 통념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상륭님의 작품이 쉬운 작품은 아니지요...
그래도 원작을 박정석님이 각색하면서
연극으로 내 보이셨을때 관객에서 한 발자국
더 이해하기 쉬움으로 해석되어졌다 생각됩니다.
글과 극의 차이이겠지만 직접 시야에서 벌어지는
공연속에서 그 어둠이 밝음이 되는 것 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누구나 쉬 공감은 할 수 없을 지라도
아쓰라하게 남는 뭉클함이 느껴질 겁니다.
좋은 작품은 항상 긴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도 아마도 우리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잔잔하지만 커다란 파장이 되어 남겨 지겠지요...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이다보니 작은공연 위주로 많이 보고 있는 편 입니다. 극장전 시리즈는 감사하게도 여러곳을 통하여 초대로 보게되었는데(괜히 죄송스럽네요) 마지막 작품이었던 '남도1.'이 가장 인상에 남네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연극으로 각색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억지스럽지 않게 잘 만들은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돋보였고요.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쉽지 많은 않지만 그 관념적인 세계가 무대로 옮겨지는 순간의 짜릿함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간이었네요. 앞으로도 혜화동일번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재미있네요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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