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라는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면회를 통해서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남녀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며 현실과 추억, 외로움과 그리움등 인간의 복잡하고 변하기 쉬운 내면의 감정을 그려낸 한편의 멋진 순수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특수한 상황에 처한 개인들이 거대하고 압도적인 시간의 흐름속에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보는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에 다소 답답하고 똑바로 직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남녀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쌓아두었던 가슴속의 감정이 폭발하는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듯한 감정적인 연기에 끝까지 시선을 고정시켜 집중하며 관람하였습니다. 수민역의 오수지 배우님과 남자역의 조성현 배우님의 주고 받는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개성적인 연기로 자칫 심각해 질 수 있는 연극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좋았습니다.

인천에 살면서 야구나 축구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문학경기장을 찾은 적은 많았어도 경기장 내부에 소극장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되어 부끄럽네요. 다락따라칸 연극제 [너의 여름은 어떠니], [버스정류장]등 여러 인상깊은 연극을 꾸준히 인천에서 선보여 온 극단 연미의 신작이라서 더욱 관심과 애착이 가는 연극입니다. 서울에 비해 소극장 수도 부족하고, 좋은 작품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은 인천에서 문학 소설과 같은 순수 연극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고 기뻤습니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호흡으로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것과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순간과 영원의 사이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미묘한 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멋진 창작 연극이었습니다. 극단 연미의 신작 [면회]가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과 호평에 힘입어 인천 공연에 이어 서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부모님과 제게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연극 가슴속에 담아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