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여신들이나,
현실 여자들이나,

이렇게 사는건 마찬가지네요

그리스로마신화덕후로써
너무 재밌게 봤어요.. 짱짱

최고에요~!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이지만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혹은 그냥 옛날 이야기로 넘어갔던 신화 속 인물들을 무대에 데려와 생생하게 속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같은 극이었다. 신화의 내용 그대로이면서도 달랐던 극.

요즘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아야할 것들까지 대립하고 있는 남녀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었다. 누군가는 남자들이 이 극을 봐야한다. 여자라서 공감한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난 너가 봐야할 극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속시원하게 해주는 부분도 있었고, 그 동안 설득력있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뭔가 찜찜하고 억눌려있던 생각들을 대신 나서서 이야기해주니 고마운 마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 극이 더 좋았던 것은 그 지점에서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생활 속에서 대화하면서 더 답답하고 화가 났던 때는 남자와 대화할 떄가 아니라 여자와 대화할 때였다. 같은 성이어서 내가 기대를 한 것이 더 나빴을 수 있지만 같은 여성이라 소위 말하는 여혐이 없을 것이다는 정말 철저한 착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때 왠지 더 속상했다. 그런데 헤아아는 그런 것까지 다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는 아. 탄성이 나왔다. 그래. 지금은 이렇게 마무리 될 수 밖에 없지. 헤아아는 누구의 편을 들어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쓴 극이 아니었고, 어느 한 쪽에게 봐라라고 내놓은 극이 아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극이었다. 같이 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함께하지 못했어서 꼭 다시 올라오면 좋겠다.

극 한 편이 때로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개인이 바뀌면 사회도 서서히 바뀌어 갈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 물론 극 한 편 보고 나서 바로 바뀌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은 하지만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주 작은 불씨하나 심어주고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의 씨앗만 심어줘도 언젠가는 그것들이 자라서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는편이었는데 이 연극은 신화의 내용을 현대식으로 잘 풀어놓은데다가 요즘 많이 언급되고있는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잘 반영되어 있는 좋은 연극이었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