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을 택한 이유는 딱 한가지. 배우 오현경.
연기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무대답게 그는 마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놓듯 연기했다. 어릴 적부터 보아왔고, 누구보다 좋아했던 배우이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있던 것도 사실. 혹여 나이때문에 건강때문에 지치거나 힘들어하진 않을까. 극중에서처럼 대사를 잊는 건 아닐까. 마치 가족을 걱정하듯 노배우를 걱정했지만 60년이라는 경력이 증명하듯 베테랑답게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존경심에 끝나고 저절로 기립박수를 치는 나를 발견했다. 저렇듯 좋은 연기를 더 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옆에서 잘 받쳐준 류태호의 연기도 참 좋았다. 튀지 않으면서도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낸 내공이 새삼 놀라웠다.
배우들의 세계를 문외한인 내가 어찌 이해하겠냐만은 저 모습이 우리네 삶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굳이 배우들이 아닌 우리들 누구라도 저렇게 나이 먹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정말 울컥 울컥

눈물이 줄줄줄

완전 대박입니다 ㅠㅠㅠㅠㅠ

참 좋다...

오현경 배우님의 연극 인생 60년을 기념한 대작 [언더스터디]를 관람하기 위해서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을 찾았습니다. 출연 배우님들과 연극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리플렛의 문구에 이끌려 관람하게 되었는데, 연극 베니스의 상인이 한창 공연중인 어느 극장을 무대로 연극과 무대뒤 분장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한국 연극계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오로지 연극 무대를 위해 우직하게 살아온 노배우, 그의 곁을 지키며 든든한 파트너이자 말동무가 되어준 후배겸 제자, 연극에 빠져 가족을 등한시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여식, 미국 유학을 거친 실력파이자 냉정하고 이성적인 공연기획자등 등장 인물 하나 하나가 모두 리얼하고 생동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지막까지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연극 베니스의 상인의 결말 부분을 본격적으로 재현하며 셰익스피어 연극의 백미인 대사들의 향연도 좋았습니다.

연극 무대에서 은퇴할 결심을 하는 노배우의 이야기는 오현경 배우님이었기에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죽기는 왜 죽어? 살아야 상도 가치가 있지. 비바람이 불면 피할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후배를 다독이는 부분, 후배에게 무대를 넘기고 [작가는 글을 남기고, 화가는 그림을 남기지만 연극 배우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속에 저의 공연이 기억된다면 그것이 제가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회고하는 부분, 어린 스탭에게 [나와 함게 찍은 사진 잘 간직하게. 그리고 자넨 젊고 똑쪽하니 현명하게 행동할 것이라 믿네.]라고 격려하는 부분, 무대에서 내려와 [아름답구나 흐르는 강물처럼...]이라고 독백하는 부분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치매에 결려도 차분하고 현명함을 잃지않고 주변을 챙기며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노배우의 존재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혼자서 울며 또 감동과 여운을 느끼며 보았습니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것을 배워라, 매번 공포에 떨면서도 같은 짓거리를 반복하는 것이 연극 배우의 정해진 숙명 아니더냐]라는 대사는 오래오래 기억하며, 힘들고 고단한 순간에 떠올리며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연극 배우들과 공연 종사자들께는 많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지만, 일반 관객으로서도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쉽지만 언젠가 또다시 극단 풍등의 작품을 만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멋진 연극을 선물해 주신 출연 배우들과 극단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현경 선생님의 무대는 언제나 감사하고 감동스럽습니다.
사실 희곡이나 연출, 몇몇 배우의 연기는 조금 옛날스러웠지만
선생님의 연기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무대에서 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