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서울시향 콘서트를 찾았다. 서울시향의 2018년도 ''올해의 음악가''인 영국의 노래하는 인문학자라고 언론에 소개된 이안 보스트리지 Ian Bostridge가 협연한 공연이었다.

고백하건데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도 모르고 갔었다. 프로그램북 대신 구매한 서울시향의 잡지 SPO를 읽고 영어 제목이 Journey to the Starts 인것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뭔가 지난 1월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언니들과 별 보러 다녀온 ''서호주여행''과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니들이 생각나서 연락해 봤더니 역시나 언니들도 공연을 보는데 다음날 본다고 했다. 언니들과 공연을 함께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별을 향해 떠나는 여행을 기대하며 SPO에 소개된 노승림 칼럼니스트의 <깊은 밤하늘이 초대장을 보냈다> 라는 프로그램 소개를 열심히 읽었다.

서울시향이 연주하고 국립합창단이 노래한 드비쉬의 ''세 개의 녹턴''은 까만 밤하늘의 구름 속에 살짝 보이는 별빛이 떠올리게 했다. 드뷔시의 곡은 밤하늘을 발게 비추는 달을 떠올리게 하는 ''달빛 Claire de lune'' 밖에 몰랐었다. 아마도 이번 공연의 테마인 Journey to the stars가 머리 속에 박혀 별과 관련된 여행 경험이 음악을 들으며 떠올랐기 때문인것 같다.

영국 작곡가인 벤저민 브리튼은 유학시절 BBC 3 라디오를 통해 처음 접했던 음악가였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그의 음악은 1945년에 작곡한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입문>이다. 이 곡을 라디오에서 프롬스 Proms 기간에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음악이 어땠는지 한 번 들어서 기억하진 못한다.)

대부분은 처음 들어본 음악인지라 생소했지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서 초연한 벤저민 브리튼의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은 시와 악기를 연결하여 테너와 특정 악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매우 신비로운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서울시향에서 이안 보스트리지가 부르는 각 노래들의 가사를 영문과 한글로 화면에 보여주었다. 노승림 갈럼니스트에 따르면 ''각 악장의 가사는 밤을 주제로 한 영어로 된 시들을 엄선해 차용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43번이다.

이안 보스트리지는 키가 크고 굉장히 마른 학자같은 외형을 가진 테너라고 생각했다. 워낙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인문학자이자 테너로 소개해서 그런지 그의 외형에서 시인 키이츠가 떠올린 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까? 그의 목소리는 밤의 정령이 나에게 속삭이는 주술 같았다. 나와 함께 저 숲속으로 떠나자고 유혹하는 것과 같은 그런 속삭임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이안 보스트리지가 출연한 오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있으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베르테르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마지막 작곡가인 구스타프 홀스트의 ''행성''은 풀 세팅된 악기편성 때문에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남아공에서도 지역 오케스트라 공연을 몇번 관람한 적이 있었지만 가난한 사설 오케스트라의 한계로 실력도 별로 였고 악기 편성도 다양하지 못했다.

홀스트의 행성을 처음 듣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제4곡 ''목성, 쾌락의 전령''은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MBC 뉴스 오프닝 음악이자 여러 영화 음악 OST로 사용된 음악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을 듣는 내내 디즈니나 스타워즈의 영화 로고가 머리 속으로 지나갔다. 찾아보니 이런 영화들에게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음악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우주를 그린 영화와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연주에 사용되는 다양한 악기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다양한 타악기들(글로켄슈필, 자일로폰, 탐탐, 차임벨, 스네어드럼, 탬버린, 베이스드럼, 트라이앵글, 심벌)과 첼레스타, 오르간이 인상적이 었다.

이번 공연은 평소 콘서트로 접하지 않았던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클알못이라 음악의 구성이나 연주 실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은 안되지만 서울시향에서 이런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들을 더 자주 소개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서울시향의 공연 프로그램을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이언 보스트리지의 맑고도 아름다운 서정적인 목소리에 흠뿍 빠졌던 시간. 서울시향의 홀스트 ''행성''연주도 무척 좋았다.

서울시향은 역시 서울시향이었고, 드뷔시, 홀스트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이안은 생각보다 더 마르고 키가 크시더군요. 공기가 건조했는지 감기였는지 가끔 기침도 하고 약간 소리가 거칠기도 했지만 이색적인 브리튼의 녹턴도 잘 들었습니다.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