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의 상실. 개인이 어떻게 무너지는가.
좋은 대사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본을 읽으며 대사를 곱씹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호였던 부분은 북소리와 배우들의 동선, 마지막부분의 영상이었어요.
끝부분으로 갈수록 암전이 잦아지는 것 또한 극을 다소 늘어지게합니다.
순영역할을 하신 배우분의 연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좋은 극 감사합니다!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 (작:김연재 연출:정승현 음악:김동욱 출연:현대철, 임형택, 박지호, 서광일, 이규동, 박상훈, 최순영, 이승현, 지성훈, 손성현, 김성준, 박소아 제작:극단 작은신화 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별점:★★☆☆☆) 소극장 연극의 매력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작품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조광화 작가님의 "황구도" 이다. 프로그램북을 보니 이 작품은 우리 연극 만들기 첫번째 작품이었다. ''우리 연극 만들기’는 1993년에 시작해 올해 열 두 번째를 맞는 극단 작은신화의 대표적인 창작극 발굴 프로젝트다. 이번 작품은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해 ''사회 명랑화 사업''의 일환으로 창단된 대한청소년개척단의 얘기이다. 가혹한 폭력 속에서 인간성이란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매를 맞는 장면에서 같이 울리는 북소리만 기억에 남는다.

공연은 무척좋았습니다. 다만 공연 러닝타임이... 여러곳에 오기재되어있어 수정요청 드립니다. 네이버 공연정보에는 90분으로 되어있고, 인터파크에는 100분으로 되어있었으나 실재 공연은 110분이었습니다. 1분1초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10~20분의 시간은 정말 길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공연러닝타임을 고려해 일정을 세웠던 관객을 생각해서라도 변경사항에 대해 미리 안내해주시기 바랍니다. 90분으로 알고갔던 저는 후반 20분동안은 전혀 공연에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공연인 만큼, 이런 디테일한 부분 때문에 관객이 실망하는 공연이 되지않길바랍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때 개척단이란 이름으로 땅을 주겠다고 사람들을 속여서 수용소에 감금해놓고 극심한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을 자행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더군요. 전두환 때 삼청교육대도 이걸 따라 한 거래요. 마지막에 자막으로 설명 나오는데 결국 땅은 주지도 않았답니다. 나쁜놈들!!!

연극 초반부터 사람 패는 장면이 나와서 놀랐는데, 더구나 구타할 때마다 오른쪽에서 북을 쾅쾅 쳐서 더 힘들었습니다. 시청각적으로 넘 리얼하다고 할까요. 이런 거 힘드신 분들은 좀 보기 힘들 거 같고요. 그 무시무시한 북소리(구타 소리) 때문에 처음엔 귀를 막았는데 그것도 듣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져서 그 현실이 더 무서웠습니다. 흡사 나치 수용소 같은 끔찍한 곳에서 인간들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거의 짐승처럼 무너져내리는 것도 정말 무시무시했고요. 저라면 저 상황에서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ㅠㅠ

이 지옥 같은 곳에 마삼식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그는 우리는 인간이라고, 인간답게 굴자고 사람들을 설득하죠. 당연히 구호반(관리자들)도 동료인 개척반도 마삼식을 고깝게 여기고요. 특히 악독한 구호반장은 어떻게든 마삼식을 무너뜨리려 하고, 그게 후반부에 성공하는데 하, 그 장면 보면서 <1984>의 윈스턴이 고문받다 무너지는 게 생각나더군요ㅠㅠ 북한의 자아비판 같은 걸 사람들이 할 때 객석에 불을 켜고 관객들이 방관자 내지 동조자가 되게 하는 연출이 <1984>와 비슷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마삼식의 죽음은 그 자신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탓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소극장 연극인데 12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나오고 2층(?) 무대까지 활용하는 나름 큰 스케일이더라고요. 더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을 텐데 12일(일)까지 공연이라ㅠㅠ 시간 되시고 이런 류의 연극 좋아하시면 꼭 보세요~~ 커튼콜 촬영도 가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