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3. 13 3pm

극단 이안 첫 번째 작품

원작 이지수

연출 오경택

출연 유준원(연장자역), 김철홍(부상자역), 이지수(약탈자역),

김병철(남편역), 윤영경(아내역), 김지용(약탈자역), 신소현(젊은여자역)



마방진극공작소에서 한다는 것만 알고 보러 갔다.

운이 좋아 맨 앞 중간 자리에 앉았는데 당일 단체 손님이 많아서 앞에 임시 좌석을 깔아

졸지에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되었지만... 극이 시작되자 엄청 몰입하게 되었다.

연극은 덕수궁 인근 빌딩 지하실에 대피하게 된 7명의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중이다. 다만 휴전을 장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 뿐이지.

전쟁이라는 것에 자유로울 수 없는 데 우리는 잊고 살고있다.



갑자기 서울에서 전쟁이 난다. 사람들은 그냥 속수무책으로 죽고 만다.

생면부지 남남인 7명의 남녀가 한 공간에 모여 지내게 된다.

이들은 서로 음식을 나뭐 먹고 물을 나눠 마시고 벽 한자락씩 차지하고 앉아

배고픔을 어떻게 달랠지 또 화장실의 넘치는 대변은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면서 지낸다.



도대체 이 전쟁이 왜 났고 또 적이 누군지 어디에 가면 생존자가 많을지

음식은 어떻게 구할지 대책이 없는 지경에 처했다.

그 과정이 지독하게 처절하게 나오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관객에게 감정의 변화를 잘 보여줬다.

실은 연극을 보기 전 내가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이 연극을 보니 내가 가진 고민은 정말 하찮게 느껴질 만큼

극 속의 고민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내역의 윤영경배우 정말 믿음직한 모습의 아내역을 해 줬다.

남편은 전쟁 전에도 전쟁 후에도 아내 덕분에 산다는 인상을 줬지만

남편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아내가 지켜주지 않아도 너무 잘 있는 것 같아서.

또 사람들이 처음에 집단의 리더(식량분배자)를 뽑을 때 그냥 연장자 순으로 뽑았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이 터진후 그 리더 자리는 전혀 의외의 사람에게 돌아간다.

극의 초반에 음식을 훔쳐 먹었다고 사람들의 욕을 먹는 역이 나온다.

극을 다 보고 난 다음 생각해 보니 모두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는 훔치고 숨긴다.

누구나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다만 간신히 숨기고 꾹꾹 참고 있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는 마구 터져 나온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저 사람이 나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그깟 작은 음식 한 덩이로 나를 농락하는 것은 아닌지...

머리 터지게 싸우고 고민하고 울고 불고 짜면서 한바탕 사람 사이에 갈등이 고였다가 터진다.

짤막한 연극 대사 안에는 참..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 있고

또 의외로 숨겨진 의미가 참 많았다.



연극 보기 전에 강한 맛의 점심을 좀 급하게 먹어서 입안이 깔깔했는데

제발 나가서 탄산음료와 물을 한 병 시원하게 먹어봤으면 하는 소원이 생겼다.

흐흐흐 정신줄 살짝 놓고 봤다.



결론적으로 너무 좋은 연극이었다.

보고 나오는데 참 좋다 그런 느낌이 꽉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