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그들이 사라지지않게

<사라져, 사라지지마>를 혼자 봤는데,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공연이었어요.
불법촬영 유포에 대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청소년 미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잘 구성된 연극 같습니다.
배우들 모두 연기가 너무 좋았고, 마지막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친구들은 사라진 유영을 찾으며 유영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세 사람이 알고 있는 유영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친하지만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 그런 모습들이 잘 그려져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유영의 영상을 볼까, 재생버튼을 보며 고민하는 순간도. 그래. 그럴 수 있지. 있을 수 있는 고민들과 또 갈등이 이 극을 더욱 지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만든다.

댓글들을 함부로 다는 인간들, 학교에서는 얌전한데-같은 댓글을 보면서 함께 분노했다. 성관계 동영상이면 혼자 하냐? 남성은 영상에 있어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로지 여성만 피해자가 되는 이 구조에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세 친구들은 그저 분노하고 끝내지 않는다. 유영을 찾아내려 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나도 이 극의 결말을 궁금해할 때쯤 그들은 남고로 쳐들어가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교복 입은 애들은 모두가 똑같아보이는데, 저게 어떻게 유영이라고 특정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유영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나쁜 쪽은 유포하고 실어 나르고 그걸 성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은소, 고나, 남정은 벽보를 붙이기 시작한다.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백지명찰을 단다. 학생들이 함께한다. 나도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막 차올랐다. 사라지지마, 절대로.

그래서 "나 안 사라져!" 라고 카톡창에 대화가 떴을 땐 안도의 눈물이 흘렀다. 사라지지 마. 싸우자. 세상의 추문에 우리를 지우고 없애지 말자. 함께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꼭 안아 격려하고 싶었다.

모든 것은 일상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의미들을 찾아내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무엇을 바꾸어내는 이 극처럼.

"사라져, 사라지지마" (작,연출:도은 무대디자인:박건우 조명디자인:고귀경 음향디자인:목소 영상디자인:김은서 움직임감독:허윤경 출연:강다현, 김별, 백소정, 정은재 주관:도은 극장: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별점::★★★☆☆)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첫번째 작품이다. 전작 "괄호는 괄호와 괄호사이 괄호가 될 수 있을까" 를 봤었던 도은 작가님 공연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은소, 고나, 남정은 수행평가 시험중 이다. 그런데, 이들의 또 다른 단짝 친구인 유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날 유영이 등장하는 걸로 추정되는 불법 성적촬영물이 단톡방에 올라 오게 되는데... 여성 청소년을 수동적인 이미지의 피해자로만 보는 시선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유영은 왜 그런 영상을 찍게 되었을까? 마지막에 유영의 마지막 메세지인 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좋았다. 모든 것이 흰 색인데 유영만 검은색 옷을 입은 거는 연출의 의도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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