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다룹니다....배우분들 연기도 너무 좋았고..음향과 조명이 다 합쳐졌을때 집중하게 만드는 그 감각이 너무 좋았네요

내 잘못이 아니고, 내 일조차 아닌데 미안하다고 대신 사과해야했던 경험. 타인의 잘못으로 내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내가 부끄러워야 했던 경험.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소진에겐 매일이지 않았을까. 이 연극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과하지 않아서, ''극적이지 않아서''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배역은 극적이지 않지만, 뱀과 소진의 몸의 움직임은 극적이다. 소진과 같은 피해자들은 모든 곳에 존재할 것이고, The Zoo와 같은 경우들도 수없이 많을것이다. 죄인이 죄인이 되고, 피해자가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은 세상. 살아남은게 당당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믿고보는 극단Y의 공연!

2022년 2월은 좋은 연극이 정말 많이 올라간다. 오늘 본 탈피를 비롯, 트랜스!, (겨)털, 콜타임 등. 평소 좋아하는 작가, 연출가, 배우들이 나오는 극이라 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냅다리 자리 잡은 덕에 무사히 예매 완. 그중에 첫 번째 연극이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동물들이 어떤 부적응 행동을 반복해서 보이는지 계속 읊는 장면이다. 사람도 방 안에만 갇혀 있으면 돌아버리는데 과연 동물이라고 몇 년을 같은 공간에서 지내면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제 꼬리를 씹어 먹고, 눈을 파내고, 환풍구에 머리를 박고, 제 자식들을 죽이고, 자해를 하고 그렇게 동물들은 제 있는 곳에서 죽어 간다. 이 부분이 예전 같으면 공감되지 않았을 텐데, 코로나 19로 인해 자가격리를 하거나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 코로나 블루를 얻는 이들을 보면서 또 내가 그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되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고, 극 속의 그들의 불편과 고통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아마 1개월만 같은 곳에서 살라고 해도 죽어버릴지 모른다. 그런데 그 일을 인간은 너무도 쉽게 동물들에게 저지르고 합리화를 하고, 그들과 다르다고 자만하던 인간들도 결국 자신이 저들과 똑같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다. 나처럼. 인간의 이기적인 선택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동시에 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폭력이 관객석의 우리도 옥죄어 온다. 돈 많은 자신은 골키퍼가 있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골키퍼도 인정하는 결혼 대상 아니냐며 우쭐대는 남성 수의사가 소진에게 거침없이 들이댄다. 전 남자친구는 소진의 대학원 시절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며 방관하는, 이제는 그것으로 협박까지 일삼으며 일터에 찾아오는 사람이 되었다. 동물원 밖은 물론 안에서도 결혼과 육아에 지쳐 구석으로 몰린 여성들을 만날 수 있고, 애인으로부터 자신의 두려움이 그저 귀여워 보이는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상황에 처한 여성이 있다. 소진은 자신이 참고 도망치면 모든 상황에서 안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녹록치 않은 인생은 계속 되었고 모른 척 하는 한 계속 될 것이다. 그는 이제 그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자 한다.

​극단 Y의 행보는 몇 년 전부터 지켜보고 있다. 여성주의에 대한, 아니 이제는 그냥 여성의 이야기만 해도 눈총을 주고 돌을 던지는 이 시대에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멋진 극단이다. 이번 탈피 공연의 높은 완성도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배려가 그들의 미래를 보여준다. 그들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이고 치고 치고 치고 높이 올라갈 것이고 그때 잃는 이 하나 없이 데리고 갈 것이라고, 적어도 나는 믿는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고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연극적 매력이 부족하다. 주제의식을 극적요소와 잘 버무리지 않으면 관객은 지루하거나 불쾌하다. 연극 중간에 큰 소리로 하품하던 한 관객의 태도는 좋지않았지만 그 마음에는 십분 동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