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분들 연기 너무 멋있었고 무대가 신기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할 수 없는 극 지나치게 간소화된 연출과 부족한 스토리텔링

경이롭다 보는 동안 이 말이 계속 튀어나왔다
160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진 것도 놀라웠다
90분도 160분처럼 느껴지게 하는 연극도 많은데
1막이 90분이라는데 순식간에 지나갔다
스토리가 빈틈없이 끌고갔다
연극 안에는 매우 많은 반전들이 있어서 계속 연극을 보는 동안 긴장시켰다
미래를 표현하는 방법도 훌륭했고
스케일도 거대했다
이 작품의 진짜는 2막이다
캡슐 밖의 세상이 표현되었을 땐 소름끼쳤다
예상 밖의 표현이라 그 표현에 압도되었다
좋은 연극은 연극을 본 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데 이 연극이 그렇다
미래세계의 표현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계속 생각났고
인류애에 대해서 계속 곱씹게 되었다
''당신에게 닿는 길''을 흥미롭게 봐서 같은 연출이라 챙겨봤는데
이제는 믿고 보는 한민규 연출이다
스토리 연출 연기 삼박자가 맞는 작품이다
근래 본 최고 연극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가치관의 장벽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선택한 동성애는 사족이었지 않나 싶었다. 아우르고 싶었던 사회 이슈임엔 동의하지만, 극 전개상 이미 대의를 위한 희생, 인간을 변화시키고 희망의 근간이 되는 사랑에서 파생된 인류애는 충분히 잘 표현되었고 납득이 된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이 그저 인간적인 감정이었으면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 1부 엔딩에서 급발진한 설정이 의아스럽긴 했지만 아쉬운건 아쉬운거고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었다. (유진과 나래의 키스에 크게 당황한 내 앞자리 가족은 인터미션이 지나고 좌석으로 돌아오지 않더라 ㅋㅋ)

멸망한 지구 속 캡슐세계라는 제한적 공간을 배경으로 과학과 자연, 천국과 지옥, 이상과 현실 등의 대립된 주제를 대치시키며 공생의 중요성과 인류애의 근간이 되는 사랑에 관한 고찰을 시사하고 있는 연극 '지옥에서'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출중한 배우들이 뿜어내는 역량에 힘입은, 고난도의 빼어난 연출이 돋보였던 독특하고 참신한 작품이었다. ?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인류의 오만함과 이기심에 의해 파괴된 자연, 고대바이러스라는 자연의 응징에 무기력하게 몰살 당해 존폐 위기에 놓인 인간, 캡슐에 갇혀 인류의 존속을 꾀하는 인간은 과학의 힘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할 방안을 모색하지만 결국 그 모든 행위는 캡슐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순이다. 인류의 구원이라는 미명 하에 특정집단을 숫자로 나열한 실험체로 구분지어 생체실험이라는 희생을 강요하고, 인권도 존엄도 말살된 그들은 가족의 안위와 기록뿐인 알량한 당근으로 가리워진 무언의 폭압 앞에 '선택권 없는' '선택되어진 자'가 된다. 이 또한 부조리한 모순이다. 지옥을 피해 지옥에 갇힌 인간들은 비윤리적인 명분에 스스로 지옥행을 선택하고, 공생을 모르는 인간에겐 천국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타로 점철된 정보는 불확실한 변수에 신빙성을 잃고, 과학에 근거한 확고한 가치관은 사랑 앞에 무너지지만 사랑과 인류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나래의 희생을 통해 '인류애와 공생'이라는 주제가 빛을 발한다. 멋지다. ? 미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적잖이 소개되고는 있지만, 디테일한 묘사와 수준 높은 텍스트로 시사성과 작품성까지 두루 갖춘 작품은 처음이다. 캡슐을 복원한 기하학적이고 사이버틱한 무대세트도 아름다웠고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던 조명과 쉼없이 빼곡했던 음향도 완벽했으며 연극이지만 AI와 테크놀로지를 표현한 안무와 몸쓰임이 많았던 만큼 볼거리가 풍성해 오감이 쉴 새 없이 즐거웠던 환상적인 무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