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악기이기 때문애 음악의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꼭 연주회장에 가서 트럼펫의 소리를 듣겠다고 다짐하고 있던 터에 반가운 트럼펫의 공연 소식을 접했다. 게다가 퍼커션과의 화합이라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번에 예매했다. 때마침 쇼스타코비치에 빠져 있었고 스티브 라이히를 줄창 듣고 있던 터라 더 더욱 그랬다. 솔직히 말해 현대음악이 아름답지는 않다. 새로운 소리를 시도하고 화성을 파괴하기도 하고 박자를 늘였다 줄였다 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내내 앞으로 전개될 음을 예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점이 현대 음악을 들을 때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아는 만큼 들린다고 보통 공연장에 가기 전에 예습을 하는 편인데 이번 공연은 음악을 찾는데 실패해서 사전 공부없이 가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더 흥미진진한 감상을 하게 했다. 장르가 현대 음악이라 미지의 소리를 공연자와 같이 찾아나가는 재미가 굉장했다. 특히 1부의 세번째 순서는 트럼펫 연주자를 혹사시키는 곡으로써 실제로 호칸도 중간 중간 실수를 했다. 완벽하게 했다면 당연히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그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곡이 어려웠다.

연주곡들은 모두 트럼펫을 중심에 두고 퍼커션이 그 뒤를 받치는 식이었다. 따라서 2부에서는 콜린의 독주가 있었다. 연주곡 제목이 '딱따구리'였는데 원래 있는 곡인지 아닌지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콜린이 직접 작곡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주로 마림바를 이용하여 연주했고 아주 훌륭했다. 그는 공연 내내 다양한 퍼커션을 연주했는데 내가 아는 것만도 마림바, 비브라폰, 봉고, 징, 큰 북과 작은 북들, 심벌즈가 있었고 보기는 했으나 이름을 모르는 것들도 여러 개, 처음 보는 퍼커션들도 있었다. 그는 이 많은 것을 혼자 다 소화했다. 다음에는 그의 퍼커션만을 이용한 공연을 봤으면 한다는 기대를 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엘지 아트 센타는 매년 개성이 강한 공연들을 기획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공연 기획력이 맘에 든다. 지금까지, 기다려 왔지만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공연을 이곳에서 종종 접했었다. 이번 공연도 아주 만족스럽다. 게다가 나의 관심사와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 더 기뻤다.

사실 이런 현대음악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이 공연이 새로운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씻어주고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실험적이고 신선한 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소외된 두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좀처럼 보기드문 연주를 보게 되어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