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프로젝트의 세번째 작품 ''자화상''
윤동주시인의 시를 모티브로 작품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이 벌써 3번째 작품이다.

장소는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이다. 깔끔한 공간, 게다가 객석이 많지 않아서 쾌적하기까지
한곳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연장중 하나다.

일단 무대는 빨랫감이 널려있는 자유로운 공간, 저 뒤에 휘엉청 보름달도 걸려있다.
2인극으로 조선시대 아니 과도기적인 개화기라고 해야할까?

주정뱅이 그렇지만, 글을 쓰는 남자, 그리고 소리를 모으는 여자.
그들의 만남으로 한편의 희극이 씌여지는데..

과연 이 작품, 자화상에서 말하고자 하는것은 무엇일까?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소개해본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시라는 것이 원래 읽는 사람에 따라 감정에 따라 참으로 많은 해석으로 풀이되는데,
이 작품 자화상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모티브로 작품을 해석해 나가고 있다.

한남자와 한여자, 그리고 어머니..

특히나 작품내 두 사람이 펼치는 희극안에서 보여지는 여자의 울부짖음은 어쩌면 과거의 어머니가 아닌
현재의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게 하는듯한 묘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만큼 이 연극을 각색한 작가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데..

시의 재탄생, 연극의 재해석일진데, 개인적으로는 무척맘에 든다.
사실 처음에 자화상의 연극으로써의 모습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해석의 표현은 어쩌면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터..
하지만 완성된 작품은 여백의 미와 대사의 희화화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어
60여분의 길지 않은 시간안에 잘 채워넣은 알찬 작품이였던 것 같다.

이어 탄생될 별난프로젝트의 작품도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