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도 소제도 모두 다 신기한 연극인것 같다.

배우한명한명 연기도 다 잘하고.....

한마디로 평하자면
굉장히 괴짜의 특이한 연극이다!!!!

칼리큘라 부조리한 세상에 불만을 가지고 더 부조리한 일을 하는 칼리큘라 권력을 쥐고 있으려 왕의 권력에 무릎꿇는 이들 현재 이 세상이 투영되어 보이는 것같다

진실을 추구하고, 운명에 도전하는 칼리큘라는 뜨겁고 감동적이였습니다.
제겐 현대적으로 해석되면서 또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기도 했습니다.
칼리큘라를 가슴에 품고 사는 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내가 진실로 원하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그 후기 링크 올립니다.
http://onlove17.blog.me/220128478667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 <칼리큘라>를 보고 왔다. 21일 막공을 했기 때문에 추천은 의미가 없게 되었고, 기록을 남김으로서 이 연극의 가치를 복원하고자 한다. 논쟁적인 부분은 있겠지만 단언컨대 지금까지 본 올해 연극 중 최고였다.

연극의 원작은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으로, 로마 황제 칼리큘라를 주인공으로 다루었다. 칼리큘라는 ''삶의 부조리에 끝없이 저항하는 자, 또 그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세상의 온갖 비난과 비웃음과 스스로의 파괴를 무릅쓰는 자''이다. 운명에 저항하는 자는 대부분 문학 작품의 주인공이었다. 다만 칼리큘라가 맞서는 운명은 ''도덕'' 또는 ''종교''와 같은 ''절대적인 것''이므로, 실존적인 부조리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다분히 현대적인 문제 의식이다. 연극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의 비현실성, 로마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배우들이 현재의 평상복을 입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까닭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여동생 드루실라의 죽음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가 사흘 만에 나타난 칼리큘라는 달을 갖고 싶다고 한다. 달의 상징성은 하나의 의미로만 포섭되지 않는다. 어둠 속에 빛나는 존재, 하나의 모습으로 정형화되지 않는 존재, 신비롭지만 가질 수 없는 존재. 달은 극에서 자유이기도 하고 목표이기도 하며 불가능성이기도 하다. 칼리큘라가 시종 헬리콘과 대화를 나누며 그리는 달은 초승달이다. 칼리큘라는 온전한 달은 가질 수 없다. 슬픈 건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가 칼리큘라라는 사실이다.

''인간들은 죽는다. 그들은 무력하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교육. 온갖 기행과 악행 속에 기존의 질서와 귀족들의 기득권은 파괴되고 해체된다. 귀족들의 속물 근성은 단순히 특권층의 기득권에 국한하지 않고, 극의 여러 장치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속성임을 드러낸다. 특히 재정과 관련한 대목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시사적이다. 국가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귀족들에게 칼리큘라는 모든 귀족들은 유산을 자식이 아닌 국가에 헌납하도록 하고 예산이 필요할 때 마다 귀족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에 반박하는 재정관을 향해 칼리큘라는 이렇게 대응한다. "너처럼 생각한다면 돈이 제일 중요한 거고 생명이나 다른 것은 가치가 없는 거라고. 이것이 너의 논리 아냐? 나는 논리적이 되기로 결심했고, 그럴 수 있는 권력이 있어. 반대론자들은 다 제거해 버릴 거야." 신자유주의가 관철된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이토록 통렬한 비판이 또 있을까.

칼리큘라와 핵심적인 갈등 축은 이루는 인물은 근위대장 케레아이다.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귀족들과 달리 케레아는 사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만들어 간다. "나는 우롱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칼리큘라의 허황된 이상은 용납할 수 없어요. 논리로 반박할 수 없다면, 힘으로 밀어 붙여야죠." 이 대사의 핵심은 케레아가 칼리큘라의 주장을 논리로 반박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는 사실에 있다. 음모 계획에 대해 추궁하며 논쟁을 이끌어 내려는 칼리큘라에게 케레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나는 안전해지고 싶습니다. 괴이한 사상이 언제 나를 기습할 지 모르는 불안한 세계 속에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안전하게 서 있고 싶습니다."

칼리큘라가 주장하는 ''자유의 세계''와 케레아가 옹호하는 ''안전한 세계''의 대립은 자뭇 흥미롭다. 칼리큘라가 제시하는 비전은 창조적이고 또한 자기 파괴적이다. 일시적인 인간의 존재가 옳음의 진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인간은 영원함을 추구하지만 결코 영원할 수 없는 부조리한 존재이다.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도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적대적인 관계이고, 행복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선 이를 제어하려는 도덕을 부정해야 한다. 칼리큘라는 인간의 행복을 가장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어떤 힘 혹은 어떤 존재에 대한 저항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저항조차도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한계에 엮여있기에 또한 ''부조리''이다. 케레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지점은 여기이다. 인간 존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곳에서부터 구성해가는 도덕을 인정하는 것, 안전하게 서 있는 세상을 바라는 것 또한 어떤 점에서는 행복일 것이다. 섣불리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 다만 극은 시종 헬리콘의 대사, "당신들이 억압했던 나를 칼리큘라가 자유인으로 만들어줬다."로 칼리큘라의 신념을 옹호할 뿐이다.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 앞서 밝힌 것처럼 히로인 이준영 씨의 광기 어린 행동과 근위대장 케레아 문형주 씨의 단호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극의 전반적인 틀을 잡아줬다면 시종 헬리콘 역의 선종남 씨의 놀라운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쉽지 않은 반라 연기를 불사하며 열연한 케소니아 역의 박윤서 씨와 권력에 복종하는 무키우스 역의 남수현 씨도 훌륭했다. 칼리큘라의 논리에 설득되지 않았지만 또한 칼리큘라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이해하며 갈등하는 스키피오 역의 유경훈 씨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외에도 레피두스 역의 김도균 씨, 세넥투스 역의 나종민 씨, 헤르메스 역의 김민선 씨, 메레이아 역의 송치훈 씨도 열연했다.

연출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도구의 활용과 무대 디자인도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이 객석 양쪽 통로를 통해 드나드는 역동적인 동선도 좋았다. 최진아 연출가의 연출이 극의 어떤 순간 순간들을 말 그대로 예술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http://blog.naver.com/mstripmstory/220129393984

사라졌던 황제는 커다란 상자 속에 숨은 채로 등장한다. 그가 상자를 벗어 던지고 다시 귀족들의 앞에 나타났을 때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천지개벽의 폭정이 시작된다. 무엇이 황제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사랑하던 누이동생을 잃은 슬픔 때문일까? 그러나 칼리큘라는 자신에게 그렇게 묻는 이들을 조소할 뿐이다. 사랑, 슬픔, 고통, 행복.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 모든 것들이 칼리큘라에겐 ‘부질없다.’

태양이 달을 손에 넣으려 몸부림 칠 때 세계의 질서는 뒤집히고 선악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자 하는 칼리큘라의 행태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로마의 현실처럼 무질서하고 종잡을 수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칼리큘라의 폭정 아래 벌벌 떠는 그 누구보다 칼리큘라 자신이 가장 고통스러워 보인다. 케소니아의 목을 조르던 새빨간 자유의 갈고리는 사실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내내 칼리큘라의 목에도 걸려 있었던 것이다. 목을 조르는 끔찍한 자유, 그것은 곧 세상에 내던져져 삶의 하중을 견디며 사는 우리 모두가 가진 족쇄다. 칼리큘라는 귀족들, 로마의 시민들, 그리고 관객으로 하여금 이 족쇄를 잊지 말 것을 처절하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극장 전체를 활용한 동선과 다양한 소품의 예상치 못한 활용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무질서하고 불안정한 긴장감을 훌륭하게 고조시켰다. 또한 핸드폰, 태블릿PC 등의 현대적 소품의 활용과 후반부에 삽입된 오디션 장면은 이 작품의 메시지가 현대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특히 삶과 역사의 대비를 사진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보여준 지점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올 가을의 첫 연극관람이 <칼리큘라>인 것에 감사한다. 덕분에 한동안 까뮈를 읽으며 지내게 될 것 같다.

http://freeusoul.blog.me/220129356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