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갔습니다 처음으로 삼중협주곡을 들었는데ㅡ너무 좋았습니다

쇼스타코비치 곡을 지방에서 듣는다는 것..
그게 약간씩 오차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쇼스타코비치를 공연하지만
저번 칼리치 공연은 쇼스타코비치만으로 승부를 볼테니 올테면 와 봐라.. 식의 배짱있는 프로그램이면서
장소마저 을숙도였으니
정말 관심있는 사람만 왔고
당연히 객석은 많이 비어 있었고
작은 홀 제일 앞 자리에서 많이 집중하면서 봤다. 그래서 표가 너무 싸서 연주자들에게 미안했을 정도로.. 하여튼 만족스러웠다.

어제 공연은 용재 오닐과 임동혁이라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클래식 스타를 앞세운 음악회였기 때문에
여러층의 관객들이 큰 울산문예회관을 가득 채웠다. 그 음악회의 첫번째가 쇼스타코비치였고..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 중에서도 내 기준으로는 대중들에게 힘든 작품이었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의 반응은
뜨허.. 뭐 이런..
이게 모냐.. 뭐 이런 반응이었다.
섬집 아기를 아름답게 연주하고 인간극장에서 효자 아들로 호감을 샀던 오닐을 기대했는데..이건 모냐..
이런 분위기..

거기다가 내 옆과 앞에는
유명한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온다니
자신은 클래식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음악회에 온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정도??
아이들은 쇼스타코비치가 시작하자.. 그리고 25분에 걸쳐서 곡이 진행되자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곡은 느리면서도 긴장감이 있는 곡인데 막상 오케스트라는 실망스러운 편이었다.
내 생각에는 이 곡은 작은 편성의 아주 긴장감 있게 공연할 수 있는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쇼스타코비치에 대해서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공연을 해야 성공적일 것 같은데..
어제의 오케스트라는 다른 레파토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쇼스타코비치는 실망스러웠다.
오닐 혼자 용쓴다고 되는 일은 아닌 듯..
오케스트라는 곡에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그저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지루함을 느끼자 부시럭거리기 시작했다. 집중하고 싶었던 나는 오케스트라 상태도 실망스럽고 힘들었다.

5월 31일에 벤게로프 공연을 봤을 때,
정말 많은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선생들과 대학의 교수들이 왔었다. 그러다보니 공연 분위기는 엄청 좋았다. 물론 짜증나게 기침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ㅠㅠ
아무래도 곡을 깊이 아는 사람들이 공연장에 많으니까 분위기가 좋고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한 곡 한 곡 깊이 호응하면서 공연을 봤다.

다시 느끼는데 공연은 좋은 연주자와 좋은 프로그램이 필수이지만
결국 공연의 완성은 객석의 분위기로 결정된다.
관객들의 곡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공연장이 행복 에너지가 가득할 때
공연은 행복하고 성공적인 공연이 되는 것이다.

오닐을 보면서..
자신의 대중성을 아름답고 바람직하게 사용하는 클래식 스타의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적인 장르를 잘 건드려 주면서도
가장 심각한 음악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바람직하고 실력있는 음악가..
10년 전 인간극장에서는 아직 풋풋한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30대 중반의 성숙해지고 있는 믿을만한 음악가라는 느낌이었다.

오늘 아침 같은 곡을 유리 바쉬메트와 모스코바 솔로이스츠의 연주로 들었는데
역시 곡은 참 좋은 곡이었다.
다음에 용재 오닐과 다른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들어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계기로 좋은 곡을 하나 알게 된 것에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사실 비올라 레파토리는 잘 모르는데
이번에 검색해보니까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곡들도 좋은 곡들이 많고 브람스도 많았다.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는 내가 썩 좋아하는 레파토리는 아니다. 이상하게 뭘 하려단 만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세 악기가 다 멋지지 않고 피아노 파트는 나에게 좀 싱겁기 때문에 ㅎㅎ
첼로에 많이 치우친다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그러나 어제는 독주자들이 너무 잘 해서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스테판 재키브와 마이클 니콜라스는 정말 정말 좋았다. 임동혁은 물론 좋었는데 피아노 파트가 확 드러나는 곡은 아니라서 아쉬웠다.
이 곡도 오케스트라는 그저 그랬다는 ㅠㅠ 3악장이 그나마 괜찮았다.

어제의 이 연주 때문에
오늘 아침에 29일에 구포에서 하는 디토의 공연표를 샀다. 재키브와 니콜라스와 오닐이 나오니까 좋을 것 같고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구포가 멀고 홀도 잘 몰라서 망설였는데 어제 무척 호감스러워서 ㅎㅎ 가기로 했다.

마지막 곡은 베토벤 교향곡 4번이었는데 밋밋하고 흥미롭지 않았다. ㅠㅠㅠㅠㅠ
mediocre..

좋은 오케스트라 공연은 드물다 ㅠㅠ

쇼스타코비치 연주 직전 쇼스타코비치가 한말을 서투른 발음이지만 청중들에게 전달하려는 예쁜마음이 돋보이는 연주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