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의 베토벤 소나타, 고대해왔던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보다도 리스트의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프로그램의 변경으로 메피스토 왈츠를 듣지 못한 아쉬움을 리스트의 소나타로 보상받았네요.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베네치아와 나폴리 대신 연주한 쇼팽의 스케르초는 정말 너무나 템포가 빨라서 처음엔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곡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선율에 해석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평소 베레조프스키의 음반을 즐겨듣고 있음에도 초기에 녹음한 쇼팽 연습곡 음반에는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하는 편인데, 예외로 두는 건 작품 10의 3번 '이별'입니다. 그의 루바토는 제가 이 곡에서 느끼는 감성을 그대로 표현해줍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다른 연주자들의 연습곡을 듣더라도 '이별'에서만은 베레조프스키의 해석을 떠올리게 되네요. 이번 공연에서 뜻하지 않게 이 곡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정말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많이 가봤지만 어제같은 놀라운 연주는 처음이었던 거 같다.
피아노를 전공해서 어제 연주했던 곡을 거의 다 쳤었는데, 해석도 깔끔하고 따뜻한 그의 마음이 묻어나있는 음악에서 마음이 뭉클했던 연주였다.
진짜 기대이상이었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라고,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입니다^^
역시 우승자답게 파워풀하고, 러시아인 특유의 강한 건반 터치가 맘에 들더군요
ㅎㅎ
처음에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곡을 전악장을 연주했는데, 알던 곡이지만 맨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서 정말 좋았습니다.(특히 1악장과 3악장)
솔직히 아직까지는 클래식 공연 관람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진 않은데,
그래도 관람예절이라든가 왠지 모르게 그냥 좋다,, 의 막연한 감정에서
음악 자체를 즐기고 느끼는 다른 관객들의 모습에서 클래식 공연의 모처럼 풍성한
볼거리가 더 반갑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수원 공연장까지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찾아가는 일정은 힘들었지만, 힘든만큼 연주자의 열정적인 연주음악으로 보상받은 것 같습니다.
그 연주자, 막간휴식 후의 2부 공연에서는 정말 손가락이 건반위에서 가볍게 날아다니더군요.ㅎ
리스트의 메피스토왈츠와 쇼팽에튀드(연주자의 사정으로 프로그램이 약간 변경되었습니다.)는 완전 신의 연주였습니다!^-^
모처럼 여유있는 수요일에 음악과 학생으로서 정말 뜻깊은 공연을 보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