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덟시 시작으로 잘못알아서 못 봤어요ㅜㅜ 하필 막공날이라ㅜㅜ 다음에 꼭 다시 해주세요ㅠㅠ

굿이라는건 무섭고 낯설게 느꼈었는데,
씻금으로 인해 이것도 우리 문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죽은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하는 선조들의 다정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배우님들의 노랫가락도 흥겹고 좋았습니다.
올 연말에도 씻김굿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코 앞에 두고 이 연극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넋이라도 풀고가자 깨끗하게 씻고가자’ 너와 나, 우리가 연희단 거리패를 사랑하는 이유 연극 씻금 연극은 참 자연스럽게 시작됩니다. 극장에 입장할 때부터 한 여인은 중얼거리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낚시를 하고 조개를 캡니다. 여자는 낚시꾼에게 김밥을 몇 개 얻어먹더니 이내 바다에 투신합니다. 그녀가 남긴 한 마디 “나 간다” 저 여자는 왜 바다에 몸을 던졌을까, 왜 세상을 버렸을까 연극은 바다에 투신한 순례라는 여자를 기리는 굿으로 시작됩니다. 연극은 실제 굿의 여러 과정들을 하나씩 진행해갑니다. 굿쟁이들은 영혼을 불러냅니다. 순례의 혼을 불러냅니다. 순례가 나타납니다. 이게 웬걸 다른 영혼들도 나타납니다. 아직 위로받지 못해 못간 영혼들이 함께옵니다. 영혼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합니다. 굿쟁이들과 영혼들이 교감합니다 얘기합니다. 영혼들, 굿신들은 굿쟁이들에게 밥을 먹고 오라합니다. 참으로 해학적입니다. 굿을 보며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어디에도 없다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과 저 세상 그리고 그 사이 건널목, 굿이 있을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보내는 위로입니다. 극락으로 가라하는 것은 이들에 희망을 비는 소원쯤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세상 산자들은 기억이란 영원의 창고를 가지고 제 세상으로 간 자들을 기억하고 위로합니다. 그리고 아직 넘어가지 못한 영혼에 원도 한도 다 깨끗하게 씻고 가라합니다. 마지막 진도 앞 바다에서 하늘로 돌아간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부르며 연극을 마무리 됩니다. 눈물이 안 흐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눈물이 흘렀습니다.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굿이 연극화 된다 했을 때 일단 굿을 실제 본 적 없는 요즘 20대 절대 다수 중 한명인 저로서 긴가민가 했습니다. 칼춤을 추고 망치로 정승을 두들기고 하는 영화장면이 떠오를 뿐. 씻금은 이 무지에 감동과 성찰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세상아래서 아직 위로 올라가지 못한 모든 것들을 위로하며 굿이 무엇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듣지 못하는 제 동생도 우리의 악기는 리듬을 타게 하였고 저들의 곡조에 넋이 나가있었습니다. 참 함께 오길 잘했다. 경험하게 하길 잘한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씻금은 말을 몰라도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감동과 성찰이 있었습니다. 2016년 병신년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1년간 참 병신 같은 일들, 좋은 일들 다 지나갑니다. 다사다난 했던 올 한해 씻금으로 깨끗하게 씻고 가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이들의 굿판은 우리가 연희단거리패의 연극을 우리가 봐야함을 다시 알립니다. 제가 연희단 거리패의 연극을 보고 느낀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하나. 매 작품의 완성도가 야무지게 높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마스터피스의 기운이..! 완전하게 전해져 옵니다. 둘. 연희단 거리패는 잊혀져가는 것들, 잊혀진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탁월합니다. 이중섭과 백석을 불러내 우리를 울렸습니다. 셋. “그래 그랬었지, 와 그랬겠구나” 이런 말 들이 극을 보며 자주 나옵니다. 개인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저들의 울음에 이입이 되는 이 까닭없는 감정들, 이는 이들이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세상의 순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넷. 이들의 무대는 정말 말 그대로 우리가 연극이라는 장르를 체험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들은 무대를 짓고 소품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합니다. 배우는 연기만 하지 않고 연극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연극을 위해 생활합니다. 공연을 보다 가끔 딴 생각으로 샐 때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저 소품은 어떤 배우의 손을 거쳐 만들어 졌을까, 저 세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참 세계적인 연극공동체입니다. 내년 밀양연극축제엔 꼭 가길 다짐합니다. 정말 올 한해 감사 했습니다 동방불패의 연희단 거리패! 씻금 30 스투디오 12/23 ~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