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쇼팽 프렐류드는 좀 이상했다. 연주를 못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느낌이랄까, 아주 이상한 프렐류드여서 좀 실망했는데 2부에서 역시 러시안답게 러시아 작곡가 곡들을 잘 소화했다. 특히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마지막에 파드되 시작부분 연주하는데 막 눈물이 났다. 호두까기 인형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인데 그게 모음곡에 포함되어 있는 줄 몰랐다가 하프 선율 부분이 나오니까 너무 좋아서 눈물이 막 ㅠㅠ 앵콜도 후했는데 초반엔 힘이 좀 딸리는 듯 했지만 관객들 반응도 좋고 꿀띠쉐프도 빼는 거 없이 바로바로 앵콜을 6곡이나 해줘서 아주 만족했습니다.

지난 차이코프스키 위너스 콘서트의 감동과 여운이 아직 마음속 깊숙히 남아있는 가운데, 코리아 차이코프스키 협회가 주최한 두번째 공연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초청 피아노 리사이틀>에 참석하기 위해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다시 찾았습니다. 제13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차세대 러시아 음악의 기대주로 주목받으며, 8년전 내한공연을 통해서 한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씨의 오랜만의 솔로 리사이틀에는 지난 <차이코프스키 위너스 콘서트>를 능가하는 관객들의 인파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객석을 가득메우며 새삼 연주자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생생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년전의 내한공연에 이어 차이코프스키 위너스 콘서트에서 보여준 강렬하고 정열적인 연주와 섬세하고 감성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완벽한 연주를 선보여 주었기에 이번 피아노 리사이틀에서는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흥분된 마음을 억누르며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1부에서의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 전곡 연주는 한곡 한곡 차분하게 이어나가며 때로는 격렬하다가도 부드럽고 섬세하게 감정을 조절하며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의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에밀 길렐스의 유연한 부드러움과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의 건반을 세차게 두드리는 듯한 강인한 연주가 어우러진 듯한 멋진 연주였습니다. 쇼팽의 발라드와 연습곡에 비해서 대중적인 곡은 아니었지만, 쇼팽 특유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좋은 선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5번 [빗방울 전주곡]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2부 초반에 연주된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에의한 5개의 악장은 원곡이 발레곡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러시아의 정서가 가득담긴 피아니스트의 독특한 해석이 결합된 힘차고 강렬한 연주였습니다. 처음들어보는 곡인데도 어딘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선율과 힘찬 연주는 그저 눈을 감고 깊은 탄식이 흘러나올만큼 훌륭하였습니다. 마지막곡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는 사뭇다른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매력과 풍부한 음색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주였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행진곡, 인터메조를 비롯하여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기량을 최고로 끌어내는 파드되의 연주는 눈물이 흐를만큼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뒤어어 펼쳐진 5곡의 앵콜곡은 객석을 흥분시키며 1~3층까지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와 함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쇼팽의 초절기교연습곡과 즉흥환상곡등 한곡 한곡 모두 소중히 마음속에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리사이틀을 통해서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씨의 가장 대표적인 연주를 라이브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쇼팽과 러시아 음악이 가진 깊은 감동과 여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5월의 푸른 하늘 아래서 가족들과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 주신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씨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공연전 관객의 요청에 친절하게 응해주신 것과 객석을 바라보며 깊이 고개숙여 인사하시던 모습, 그리고 공연후에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해주신 모습을 오래도록 잊지못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한국에서 만나뵙게 될 날을 팬으로서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2주에 걸친 서로 다른 성격의 공연들을 통해서 클래식 음악이 보다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연주회가 국내에서 선보여지며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문화 교류가 지속되기를 응원합니다.

음절 하나하나 마다 아티스트 꿀티쉐프의 온 몸에서 흘러나온 영혼이 서린 듯한 연주였습니다~
곡의 시작과 끝의 침묵마저 감미로운 여운을 남기는 긴 호흡으로 청중을 사로잡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