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혁 작가/연출님이 쓴 연극이어서 굳이 봤는데, 이 연극을 보고나서 내가 이 작가님의 극을 왜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가 쓴 ''그와 그녀의 옷장'', ''늙은 소년들의 왕국'', ''지상 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들 속엔 서글픔 속 웃음, 여유, 해학이 스며 있다. 말장난 센스와 모순적 상황 속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는 데서 왜 그가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는지 너무나 잘 알겠고, 그런 코드가 나와 맞았다
한때 장진 감독의 영화를 섭렵했던 적이 있다. 장진식 웃음코드가 좋았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는 그 센스가 좋았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
비극 속 희극, 희극 속 비극적 요소을 적절히 버무려서 관객들로 하여금 마냥 웃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탁월해👍🏻

마지막 십분더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낯설지않은듯ㅋ

이 극을 보면 연출과 배경이 화려하기 보다는 유쾌하면서도 가벼우며 단조롭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이 극은 꽉 찬 느낌을 받을수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모습은 죽음앞에 선 우리들의 모습을 연기만으로도 되새기게 만들었다. 여섯명이 만들어가는 농담으로 85분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는 있을까 우려도 있었는데 그건 다 기우였다. 중간중간 그들이 만들어내는 농담은 재미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어이없는 느낌의 허탈한 웃음이 함께한 해학적이면서도 코미디스러웠다.



극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신들의 성격대로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하나하나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 별거 없다고 느끼는 노인이나 친구들이었지만 서로를 겨누었던 포로들이나 태어난 딸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채 끌려온 포로나, 전쟁이 시작되면 무작위로 착출될 수 밖에 없는 청년포로나 어둠속에서 희망을 꿈꾸고 싶어하는 포로나 이들 중 우리의 모습이 아닌게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갑돌이 자신이 노인이라며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니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한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알고보니 이 작품은 KBS 영상실록의 한 장면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제주 4.3사건이 한창이던 때 여수의 14연대가 제주 진압명령을 거부한 뒤 모두 처형당하는 장면이 그것. 오세혁 작가에 따르면 죽음 직전까지 담배를 피우며 천진난만한 농을 주고 받는 이 장면에서 창작이 시작됐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10분에서 느끼는 우리의 삶은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겪지만 살아내느라 바쁜 우리들은 지금 살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끔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 연극을 보며 죽음에 대해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떤 모습이 제일 가치있는 모습으로 마무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하는 마지막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여섯명의 모습 중 아무래도 병칠이 선택한 죽음의 모습이 제일 나답기를 바랬다. 벗어나보려 하지만 결국 발버둥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기평이라는 죽음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제일 좋았다. 나는 만약 죽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떤 태도를 취할까? 보는 내내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상상하면서 보다보니 몰입이 잘 되었다. 초반에는 집중이 잘 되었지만 가면 갈수록 남은 사람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또한 갑돌이라는 인물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이 극의 결말을 지으려고 하지만 이부분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배우들의 열연과 특별한 상황에서 표현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인 연극이었습니다.
비록 단조로운 배경과 화려하지 않은 연출이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꽉찬 느낌을 전해주는 무대였어요!!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이 삶을 지탱시켜주지만 사실 ''착각''이란건 누구나 알고있죠.
그래서 삶에 가끔은 죽음에 대한 상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과 버려도 되는것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니까요.
이런면에서 이 연극은 배경 스토리만으로도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을 지켜보는 내내 나를 무대에 대입하게 만들며, 나라면 죽음앞에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을지 상상하게 하거든요.
자연스레 ''죽음''의 순간을 상기해보며 내가 죽음의 순간에 지켜야만 할 ''가치''가 무얼까 생각하게 됩니다.

상상가능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네요. 인생 뭐 없고 사는동안 배부르면 장땡이라는 ''노인''도 있고, 막 잡혀들어온 ''소년병''도 있습니다. 함께자란 두 동네친구도 있고 희망을 가져보자는 청년이나 장가를 가자마자 끌려온 새신랑도 있습니다. 이 인물들중에 저를 끼워넣어도 어색할게 없었어요. 저도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터에서 포로가 될 수 있는 흔한 청년이니까요.

극이 진행되면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배경과 성격대로 행동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공감과 작은 웃음이 났습니다. 정말 농담이 재미있다기 보다는 안타까움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허탈한 웃음이었어요. ''죽음''이란 결론 앞에서는 희망도없고 미래도 없으니 웃을게 뭐 있겠어요. 그러고보니 그들의 상황과 내 삶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극중 인무들에게 10분이란 짧은 시간후에 죽음이 기다리지만, 결국 관객인 나도 죽음이란 결론은 정해져있으니까요.
왠지 모르게 등장인물들의 행동중에 나의 모습을 골라야 하는 객관식같았습니다.

극이 끝난 후 죽음앞에서 내가 해야할 행동으로 한명을 선택했습니다. 살면서 답이 바뀌겠지만, 자유를 찾아 처형자를 물리치고 과감히 뛰어나간 극중인물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10분 더 살겠다고 비굴해지거나 아둥바둥하는 모습이나, 자유를 찾아 저항하고 뛰쳐나가는 모습이나 결론이 죽음으로 같다면 인간답게 살다죽어야 후회안하겠더라구요.
본능을 극복한 인간다운 모습. 극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상기가 제게 확인시켜준 가치있는 그것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들과 연출덕분에 즐거웠던 ''지상 최후의 농담''입니다.
삶에 무게감을 덜고 싶은분들께, 죽음을 상기시키는것이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에서 이 연극을 추천드립니다!!

극장이 너무 커서 아쉬움 ... 제목 그대로의 작품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