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연 가야금 프로젝트 고지연은 <가야금 앙상블 사계>의 리더와 <숙명 가야금 연주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현재 <비빙>의 음악동인 및 가야금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고지연 가야금 프로젝트>는 한국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동시대적 소통의 획득, 가야금 중심의 복합예술 장르 개발, 특정 형식에 매몰되지 않는 가야금의 다양한 편성,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가야금 음악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연예술 프로젝트이다. 2007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 <기포>를 시작으로, <잎·물·빛-이건용 의 가야금 음..

비올라와 25현가야금을 위한 <저녁노래Ⅴ>
어떻게 하면 음악이 작아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위대한 음악보다는 작은 음악, 도전적인 음악보다 스며드는 음악을 생각한다. ‘저녁노래Ⅴ’는 그러한 생각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원래 국악앙상블을 위하여 썼는데 후에 비올라와 25현 가야금을 위한 곡으로 다시 쓴 것이다.
네 대의 가야금을 위한 <검은 강 스케치>
“산이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라는 지율스님의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 소리가 어떤 것인지 알 듯하였다. 허리가 끊긴 산 능선이나 껍질이 벗겨진 숲을 보았을 때 “도살”이라는 말이 생각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겨울 댐 옆을 지나다가 그 넓은 얼음 광장 위를 새까맣게 뒤덮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얼음구덩이를 하나씩 끼고 고기를 낚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소름이 끼쳤었다. 작은 물고기를 초고추장에 찍어 자기 입에도 넣고 자기 아이들 입에도 넣으며 즐거워하는 여인들, 그리고 그 모습을 신나게 보도하는 TV 앵커들, 신나게 울리는 노래들....... <검은 강 스케치 I>은 사라지는 연약한 것들과 턱 없이 ‘위대한’ 인간의 모습에 대한 것이다. 강이란 월인천강(月印千江)의 강이다. “검은”은 더러움, 어둠, 절망, 분노이기도 하고 깊음, 기다림이기도 하다.
25현가야금을 위한 차음악<茶樂>-잎.물.빛
차음악은 감상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즉 음악과 감수성 간의 도전과 응전이 이루어지는 청취의 음악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마 그러한 음악은 차를 통한 명상, 시심, 교감을 어렵게 할 것이다. 감상음악보다는 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정보를 작은 공간에 압축해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정보를 여유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리라. 하기는 음악을 경제적으로 구축해 나가려 하는 것도 한 시대, 한 음악문화의 패션이다. 차마음(茶心)이라는 말이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음악이 그러한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25현가야금을 위한 <별과 詩>
12현의 가야금이 25현이 되면서 표현력이 커졌으나 선율적인 악기에서 다성부적(혹은 화성적)인 악기로 바뀐 감이 있다. 다성부(화성)적인 표현은 자연히 농현이라든가 미분음, 장식음, 시김새들을 피하고 싶어 한다. 다성부(화성)적인 표현을 얻은 반면에 이러한 본래적인 가야금의 표현력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별과 시>는 다성부(화성)적인 표현과 본래 가야금이 가진 선율악기적 가능성을 교차시키면서 얻은 곡이다. 이 곡은 별과 시인(詩人)의 대화를 암시하고 있는데 별을 위해서는 다성부적인 표현을, 시인을 위해서는 선율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25현가야금 독주를 위한 허튼 변주곡 <옹헤야>
허튼 변주곡 <옹헤야>는 이 민요를 가지고 만든 여러 변주곡 중의 하나이다. 허튼 변주곡은 25현 가야금을 위해서 쓴 것이다. 옹헤야의 받는 소리는 흔히 장3도 혹은 완전 4도로 채보된다. 나는 이것을 완전 5도로 넓혔다. 그리고 매기는 소리를 그 5도의 밑음을 기음으로 하는 배음열에서 골라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배음 속에서 음악은 진행된다. 대조를 위하여 삽입한 중간부분을 제외하고는. 변주곡이라고는 하지만 노래 자체가 비슷비슷한 매기고 받는 소리의 연속으로 되어있는 만큼 하나하나의 변주는 느껴지지 않는다. 비슷한 가락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풀고 조이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허튼 변주곡이다.
콘트라베이스와 다섯 악기를 위한 <저녁노래Ⅶ>
저녁노래Ⅶ은 알래스카의 크로스사운드 현대음악 페스티벌의 위촉으로 작곡되었고 그들에 의하여 초연되었다. 일종의 콘트라베이스와 가야금을 위한 콘체르탄테이다. <랩소디>와 더불어 가장 형식 혹은 구성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으면서 쓴 곡이다. 이 곡에서도 슬픔과 약동이 교차하는데 그것이 그대로 형식을 이루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