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성관계를 통해 임신하게 된 여성에게 임신 테스터기의 붉은 ‘두 줄’은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극 중에서 민서를 강간한 남성 친구는 여성에게 선고가 언제 내려질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테스트) 해봤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곤란에 처한 이들에게 걱정을 빙자해 이런 질문을 해왔을까. 당연히 나도 예외일 수 없으므로 연극을 보는 내내 부끄러웠다.

반지하 생활을 하는 두 모녀에게 방범창이 없는 창문은 커다란 위협이다. 공연 내내 창문 밖 서성이는 그림자로, 쾅쾅 두드리는 소리로 두 모녀를 두렵게 만든다.

반지하에서 남편 없이 사는 두 모녀에게 (창)문밖에서 그들에게 전해지는 고통은 두려움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지우라며 돈을 주겠다는 남자의 대사에서, 좀 더 나은 경제적 지위를 무기로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장면에서, 심지어 같은 여성에게서도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편견 가득한 고구마 같은 말에서 느끼는 답답함.

여성들은 연극 곳곳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 것 같다. 남성인 나로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여성의 고통을 공감하게 해주어 고마운 연극이다. 이러한 공감이 많이 퍼져 ‘두 줄’의 십자가를 여성들만 짊어지지 않았으면, 나아가 ‘두 줄’이 축복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