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희 님을 예전부터 좋아해서 보러 간 작품인데
박완규 님의 대단함을 알아버렸네요
| 재밌었어요 |
el*** |
2018.09.24 |
21 |
재밌었어요
2인극인데 무리없이 끌어가는 두 배우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두시간공연 너무길다. 두배우의 전달력은 역시나 최고 그러나 연기디테일은 매우 떨어짐... 희곡내용이 철학적이고 깊이있어 관객을 끌어당기는것은 있었다. 3.5주고싶다
극을 보신 분들의 평이 좋은 돼지우리
내용이 궁금했는데, 전쟁 탈영병이 죽음을 피하기 위해 돼지우리에서 숨어 지내면서 110분 동안 인간성 회복과 자유를 갈망하는 주제를 전달한다고 한다
전쟁 없이 군복무 없이 태어난 나에게 자유에 대한 간절함이 어떻게 와 닿을까? 돼지들과 지내는 우리 안에서 생존과 의식주를 어떻게 해결할까? 더럽고 좁은 우리 매일 같은 공간 안에서 인간성은 어느 수위까지 썪고 남을까? 공연을 보기 직전에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암전과 함께 듣기 싫은 돼지들의 목청소리가 들린다
납덩이를 매달고 움직이는 초, 굼벵이가 기어가는 분과 시침, 한 해 일년이 거북이가 담을 넘어가는 것 같아 이 곳에서 100년 아니 200년 그걸로도 부족해 몇 세기를 살아온 것만 같아
마음 그대로를 내보이는 대사가 투명한 유리막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대한 대사 양을 숙성된 톤으로 술술 연기하는 배우님 덕분에 바로 극 안으로 몰입이 되며 파벨의 인물 속에 가까이 동화될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조용히 배우에게 집중하는 객석의 분위기도 좋았고 슬프지만 웃긴 상황을 여러번 지나고 넘으면서 연극 시간이 술술 지나갔다
어느 날 나비를 반기면서 20년만에 내가 웃었어
지치고 무기력함을 넘어 육체와 영혼이 제로로 소진된 파벨에게는 고작 나비 한 마리가 아니라 구원자가 되어다오 감정과 이성이 있는 인간으로서 그의 존재 의식과 삶의 희망을 찾게 해주는 신의 손짓 은혜로운 사건이었다
동네 사람들을 피해 올라선 언덕에서 그가 느꼈던 아름다움과 행복 ㅡ 위대한 공기, 나무, 별들, 땅 냄새
이렇게 평범한 것에서 천국을 경험하는 모습이란 그처럼 처절한 대가를 받아야 열리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적인 한계는 욕심과 절제의 모순 사이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장에 오기 전 퇴근시간에 사람이 많아 지옥철이 되었던 2~3 정거장, 잠깐이었는데도 숨이 턱 막히는 답답한 공기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었었다 그렇더라도 내가 돼지똥 돼지공기에 수십년 동안 갇혀 지내온 파벨의 괴로움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아내 프라스코비야는 바깥 세상을 왔다 갔다 하니까 남편 파벨과는 고통의 부피와 무게가 천지 차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보니 아내의 걱정과 불안 또한 남편을 돌봐온 시간 만큼 비슷하게 연상되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
고결함이 없는 인생은 영혼이 소멸한 것과 다르지 않아
외로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게 뭔 줄 알아? 그리움(사람들의 시선)이야
내 안에서 끊임없이 꿈틀대는 영혼의 한 조각 덕분에 삶을 단단하게 버티고 인내하고 양심을 지키는 작은 용기를 발휘할 수 있게 되고 더불어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것이 보이는 지혜와 기쁨을 가질 수 있다면 신을 닮은 형상에서 가장 품격 있는 자유를 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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