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ody ...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연극! 추천합니다!

두 상아의 공통점은 명확하지만 둘이 만나는 지점은 과하게 넘치지 않는다. 친절하지만 절제됐다. 간만에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던 연극이었다.

밤이 좋은 뚱뚱한 상아와 누가 봐도 예쁘고 날씬한 상아.
그러나, 둘다, 신체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뚱뚱한 상아는 체념한 듯, 겨털을 기르는 것에 집중한다.
예쁘고 날씬하지만, 혀가 짧아서 배우가 될 수 없다는 좌절에 빠진다.

당당하고 싶지만, 당당할 수 없다.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사회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준다.

아무리 당당하고 싶어해도, 마치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가 당당하다고 여기는 것은
엄마가 자기 자식에게 예쁘다고 말하는 것 처럼 공허한 것이다.
사회는 당당하고 싶어하는 나를 당당하게 받아 주지 않으니깐.
86키로의 상아가 느끼는 좌절을 43키로의 상아가 느끼는 좌절과 똑같다.

그러나, 사회의, 타인의 시선이 그렇다 해도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다 같이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나서 태어났으니 말이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연극이 길지 않아서 좋았다.
주제도 누구나 느낄수 있는 간단한 것을 더욱 간단하게 풀어주어서 좋았다.
결론은 관객이 각자가 내리도록.

86상아의 설정이 특히나 인상깊었습니다. 43상아와 86상아가 마주치는 장면도 좋았고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이 연극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듯한 두 상아를 통해 극변하는 몸, 대상화되는 몸, 자기애가 응집되는 공간으로서의 몸과 자기혐오와 부정의 공간으로서의 몸 등등의 여성의 몸이 사회와, 자기 자신과 관계맺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최근 많이 고민하고 관심있는 주제이기도 했지만 한 순간도 놓치기 아쉽게 만드는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 호흡, 몸짓들과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극중 장치들 덕에 극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습니다. 특히 두 배우님들의 케미와 연기력이 정말 대단해서 계속 같이 울다가 웃다가 했어요. ㅎㅎ 관람 후에도 이렇게 유쾌한 여운이 남는 연극은 참 오랜만입니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극단이라 더 반갑고, 앞으로 보여주고 들려줄 이야기들까지도 너무 기대됩니다. 응원할게요. 멋진 작품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