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미선 씨" (원작:윤이재 각색,연출:김진휘 풀연:진한, 최린, 이규보, 김진휘, 서수진 제작:극단 새녘 극장:소극장 혜화당 별점:★★★★☆) 제2회 소설시장 페스티벌 일곱번째 작품이다. 미선은 6개월 전에 이혼한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남편과의 추억과 두 명의 자식과 살아가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아픔을 딛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게 좋았다. 미선역의 진한 배우님의 발성과 연기가 눈에 뛴다.

"상록수" (원작:심훈 각색,연출:손현규 음악:이재영 출연:강주희, 김현지, 박미리, 황사무엘, 최정만, 김성각, 김의담, 문채윤 제작:창작집단 꼴 극장:소극장 혜화당 별점:★★★★☆) 제2회 소설시장 페스티벌 여섯번째 작품이다. 요즘도 교과서를 학교에서 나눠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찰 시절 국어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읽었던 부분이 소설과 희곡 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었던 "상록수" 가 연극으로 만들어 졌다. 잠깐 검색을 해 보니 소설은 작가의 큰조카 심재영과 독립운동가 최용신을 모델로 하여 썼다고 한다. 그리고, 원작은 450 패이지의 장편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요즘 포스터 같지 않게 한자의 압박이 있는 전단지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무대에는 작은 의자 8개만 놓여 있다. 5분 늦게 들어온 관객을 1열에 앉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접고 관람 시작! 고리타분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재밌는 거야? 이제 창작집단 꼴을 믿고 보는 극단 이라고 해야 겠다.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의자의 활용도 좋았다. 마지막 영신의 죽음이 안타깝다. 해피 앤딩으로 끝내 주면 안되나... 찾아 보니 전작 "너와 피아노" 에서 보았던 강주희 배우님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마음에 든다. 좀 더 보강하여 길게 공연하면 좋을 것 같다.

"날개" (원작:이상 각색:이동경 연출:최대용 출연:최민혁, 정다원 제작:극단 프로젝트그룹 연희공방 극장:소극장 혜화당 별점:★★★☆☆) 제2회 소설시장 페스티벌 다섯번째 작품이다. 공연은 정다원 배우님이 ASMR 소리를 들려 주는 것으로 특이하게 시작 된다. 이것도 소설을 안 읽어 봤지만 공연에서 많이 극화 되어서 그런지 익숙한 내용이다. 중앙의 큰 영상이 인상적 이었다.

"인간,실격" (원작:다자이 오사무 작:공동창작 연출:이현수 출연:안재민, 이준경, 전찬미, 한진규 제작:책녀들 극장:소극장 혜화당 별점:★★★☆☆) 제2회 소설시장 페스티벌 네번째 작품이다. 극단 ''책녀들'' 은 ''책을 읽어주는 녀석들'' 의 줄임말 이라고 한다. 원작의 또 다른 공연을 2015 년도에 봐서 그런지 내용은 좀 지루하다. 그러나, 네 명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얘기 하는 부분은 좋았다. 언젠가는 원작 소설을 읽는 날이 오겠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스물 일곱해라는 짧고도 강렬한 삶을 살다간 천재 시인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를 극화한 극단 프로젝트그룹 연희공방의 작품을 관람하였습니다.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서구의 모더니즘이 혼재되어 약진하는 조선 경성에서 무기력한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에 고뇌하며 방황하는 젊은 남편과 그를 뒷바라지 하는 아내의 기묘한 관계와 뒤틀린 사랑을 그려낸 소설을 마치 인터넷 라디오 방송과 같은 형식으로 낭독하며, 주요 장면을 재현하는 형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이상은 실제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과 연이은 사업 실패의 경험이 소설 <날개>에 짙게 배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울한 현실과 억압된 욕구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논리나 이성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했던 무력한 자아를 대표하는 남편, 남편을 사랑하였으나 점차 현실 감각을 잃고 방황하는 남편을 거추장 스럽게 여겨서 자유를 갈망하는 아내의 심리가 갈등을 자아내는 묘사가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수면제인 아달린을 주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고 의심하는데, 어쩌면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심리와 남편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소유욕이 지나친 그을린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학생때 처음 접했던 이상의 소설 <날개>는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의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식인의 한계를 느껴 좌절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연극을 접하고서 꿈과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잉여인간이라는 시점에서 주인공 부부를 바라보며 깊이 공감하며 연민을 느꼈습니다. 현실에 좌절하여 아달린에 의지해 잠이 들어 달콤한 꿈 속으로 도피하는 남자의 처지와 심정을 절절히 묘사한 최민혁 배우님의 연기와 방송 DJ/금홍역을 맡아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인을 연기한 정다원 배우님의 대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상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과 처음 <날개>를 접하는 관객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연극입니다. 소설라이브 날개가 관객들의 사랑속에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