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김성녀 선생님께 노래와 춤을 배웠을때만해도 그분의 배우로서의 위대함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땡땡이도 많이 치구, 불성실했었는데...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무대위에 서서 '꼬마 아이부터, 남자 그리고 어머니'를 연기하는 모습에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다시하면 또 볼거예요...

막공 하루를 앞두고 목감기로 인해 김성녀님이 많이 힘든 공연 하시는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으로 마지막 1초까지 채워주신 열연에 감사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한 따뜻하고 기분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르크 극장에서 올려진 [벽속의 요정]

[벽속의 요정]을 근 1년 만에 다시 봤습니다. 작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공연 이후 1년 동안 틈틈이 지방 공연을 돌다가 1년 만에 서울로 다시 온 거죠. 공연 끝나고 김성녀 씨가 초연 때 앞으로 10년을 본인의 레파토리 공연으로 한다고 관객과 약속을 했다니 앞으로 6년은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을 만날 수 있는 멋진 관극의 기회를 비축한 것입니다. 뿌듯하군요.

부모님이랑 같이 보면 좋을 효도 공연이라 작년에 보고 다시 서울 공연 하면 엄마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라 일찌감치 예매하고 마지막 공연을 봤습니다. [벽속의 요정]은 극단 대표의 아내가 공연하는 작품이다 보니 공연 외적인 것에 꼼꼼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죠. 손진책 연출가가 결혼생활 30주년 기념으로 김성녀에겐 처음인 모노드라마를 ‘선물’해준 작품이 [벽속의 요정]인데 2005년 초연 후 횟수로 4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꾸준히 올라가는 작품임에도 여러모로 마케팅에 공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공연마다 새로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규격과 디자인이 눈에 띄게 바뀐 프로그램, 세세한 홍보를 하는 것과 더불어 넉넉히 제작한 사운드트랙을 매 공연마다 판매하는 것 등이지요. 올해에는 미추에 직접 제작한 티켓 봉투에 일일이 예매자 이름을 스티커로 붙여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화보가 곁들여진 시나리오도 판매하더군요. 저렴한 프로그램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 때문에 안 샀지만 공연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 보여 보기 좋더군요. 그렇지만 1만원은 너무 비싸요.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다 두께도 얇고 책 상태도 변변찮은데 말이죠. 제본비가 그렇게 비싼 건 아닌데.

공연장은 예상대로 관객층 나이가 많았고 이번 아르코 공연 마지막 회차라 그런지 빈자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손진책 연출가도 뒤에 앉아 있더군요. 2월 14일부터 24일까지 토요일 공연 두 번에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하는 일정에 대단하단 생각을 했는데 역시 무리였나 봅니다. 공연 초기부터 김성녀 씨 목감기가 들어 골골하단 소리를 들었는데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살신성인한 덕에 그 만큼이라도 나왔지만 간간이 기침도 하고 특히 노래를 할 때는 음이 안 올라갔고 쇳소리 안 내고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내려하다 보니 박자를 몇 번 놓치기도 했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편하게 불렀을 노래도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며 겨우 한 곡 한 곡을 마쳤는데 그럼에도 노래 외에는 흐트러진 모습이 없어서 대가는 역시 대가구나 했어요. 끝나고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공연에 송구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여 더 인상깊었어요. 마지막 공연 특유의 응집력도 느껴졌고요.

1막 때는 퇴장 씬이 몇 번 없어서 숨고르기가 완만하진 못했습니다. 목감기는 쉽게 목이 마르다 보니 따뜻한 물을 먹어줘야 하는데, 물먹으면서 할 수는 없으니 불안불안했는데, 급기야 계란 파는 씬에서 관계자를 객석 앞자리에 앉혀 놓고 계란 팔면서 계란 값으로 물먹는 씬을 연출하더군요. 본인이 사실대로 말했는데 오죽 목이 아팠으면 저럴까 싶은 동시에 원래 그 장면이 긴장이 풀리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2막은 암전도 잦고 퇴장 씬이 많아서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습니다. 목 상태도 양호했고 음도 잘 올라간 편이고요.

[벽속의 요정]이 아르코 대극장에서 하기엔 무대가 너무 크죠. 이 작품은 모노드라마고 소극장용이고 소품이 많거나 막이 바뀌는 작품이 아니라 어떻게 동선을 뒤바꿀 수도 없어요. 어느 공연장에서 하던 동선과 규모는 그대로입니다. 지방 공연장 돌 때는 아르코 극장보다 큰 극장에서 올려진 경우가 허다했으니 목감기 걸렸다고 연기할 때도 마이크를 사용한 게 이번 공연이 처음은 아닐 거라 짐작합니다. 무대도 작품 크기와 어울리지 않은 지방공연장에서의 무대와 비슷할 것이라 보고요. 무대 위에 단이 하나 세워져 주변이 휑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죠. 서울 공연에서 [벽속의 요정]이 이렇게 큰 곳에서 한 건 처음이었으니 그러고 보면 수도권, 서울 관객들은 작품 규모에 어울리는 좋은 공연장에서 [벽속의 요정]을 만날 수 있었던 운이 있었던 거겠죠. 대신 아르코 공연 티켓이 무척 저럼 했으니 극단이 객석 확보에 욕심 낸 거로 보이진 않아요. 그저 극장주와 시기가 맞았던 거겠죠.

연기도 최고 극본도 최고!!
매년 꼭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