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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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녀의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보여지는 세상.
우연히 보게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관계, 이해안되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이 뒤섞인 모습은 혼란 그 자체로 남게된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듣지않으려하고 들리지도않는듯 자신의 감정대로만 해석하며 살아간다.

오로지 나의 중심으로, 나의 즐거움으로만 이어가는 시간들.
각자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모두 비웃음과 조롱의 연속.

무조건 자신의 주장과 말이 옳고 무시함은 자신이 생각한대로 현실은 만들어간다.

누군가의 흥분으로 조용히 희생되는 암울함.

내가 숨쉬는 지금에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선한 느낌의 극이었습니다. 신선한충격을 받고 갑니다

골목 빌라에서 주차 문제로 30대 형제에게 60대 경비원이 폭행을 당해 입원한 사건이 있었다. 언뜻 형제가 잘못한 일로 보이지만 몇 시간 전 형제의 엄마가 주차문제로 경비원과 다퉜다고 한다. 전후 사정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견이 있지만 아무려나 형제가 참았어야 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라도 쌓이면 울분은 종종 큰 사건으로 번진다.

캐나다의 한 마을이다.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으로 거칠긴 해도 밖에서 보기에 그럭저럭 살만한 듯 보인다. 캐나다 작가 쥬디스 톰슨은 이 무난한 거리에 사자를 한 마리 풀어놓는다. 사자 앞에서 주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저항할 사이도 없이 물려죽는다. 그 목격자인 소녀 역시 이미 죽은 채로 육신이 썩은 영혼 상태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사자로 비유한 거리의 이면은 마치 병이 쓸고 간 뒤 남은 자들의 자리와 같다. 각각 복도식으로 꾸민 아파트 문 뒤로 사람들은 각각 삶에 넌더리를 친다.[거리의 사자]가 90년대 캐나다의 인종, 동성애, 장애인, 이주민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각각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현실과 딱 달라붙는 편은 아니다. 더욱이 쉽지 않게 쓴 희곡이라 각색을 하지 않은 이상 더욱 그렇다.

극단 뚱딴지가 마포아트홀 맥에 상주단체로 있으면서 극단 내 배우들을 마음껏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이 작품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작가가 직접 연출한 캐나다 초연 당시 6명 배우가 28명 배역을 소화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10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배역마다 서사가 있어 배우들 누구나 연기력을 선보이기 좋은 작품이고, 또 작품에서 잘 소화했다. 극단 뚱딴지의 저력을 본 셈이다.

다만 극장이 소극장이라 배우가 늘어난 이상 후면 배치한 문 개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무대 양 옆 계단은 주 무대인 무대 중앙을 활용하기 위해 좁게 설계되었는데, 딱히 의도를 품은 무대라기보다 공간 활용을 위해 어쩔 수없이 선택한 밍밍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모두 등장할 때면 전면 무대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배우 수급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놉시스를 제대로 읽었지만 살해된 어린 소녀 이조벨의 죽음에, 희생자의 이야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이상한” 기대를 가지고 극을 관람했던 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헤매던 희생자인 이조벨의 여정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폭력에 노출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고통과 아픔을 담아내는 과정이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다름에 대한, 고독에 대한, 죽음에 대한 폭력과 두려움을 영혼이 되어 떠돌고 있는 이조벨의 시선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관객들을 안내하며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사자”가 특이하고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이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극 중 문이 열리고 닫히며 새로운 이야기와 만나게 된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건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해보게 된다. 적절한 타이밍에 그 문을 열고 닫고,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