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익숙한 스포츠 서사인데 그럼 뻔해서 시시해야 하는데. 이상하도록 안 뻔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뭔가 자꾸 계속 반짝거려서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이 줄타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다 아는 얘기 같고 쉬운 얘기 같은데 좋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하면. 한동안 부정적이고 비극적인 인물들만을 앞세워 그것만이 삶의 발견인 듯 하는 허세 가득한 작품들에 질려 있다가. 머리를 망치로 뚱 때리지 않아도 조용히 다정한 손을 내미는 것으로 일상의 파란을 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형식이 본질을 넘어선 위선적이고 그래서 뻔한 작품들 사이에서 레몬사이다는 너무너무 건강했다. 건강한 이야기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에게 너무 귀했다. 진솔했다. 최소한 땀의 의미를 알고 팀웍의 가치를 알고 써진 이야기였다. 무대에서 흘리는 배우의 땀은 진짜 날것의 땀이었다. 고마웠다. 배우 하나하나에게. 이런 얘기를 쓸 생각을 해준 이 팀, 만들어준 이 팀 참 고마웠다. 재연때는 이번에 티켓 선물을 해준 친구에게 내가 선물해서 다시 같이 볼거다. 외우고 싶은 대사들 너무 많았다. 기억력 딸리는 나와 비슷한 관객들 위해서 이 공연이 재연된다면 대본집은 필수다. ㅠㅠ

이 시대 최고의 갓극 연정 연미 환희 재영 혜준 우리는 무슨 사이다? 레몬! 사이! 다!

이대로못보내..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부제:보통의 농구 연극 작:심정민 연출:설유진 조명:신동선 사운드:목소 출연:강다현, 박마리솔, 라소영, 정수미, 기푸름 제작: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극장: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별점:★★★★☆) 작업중인 게임 시나리오의 마무리를 앞두고 마지막을 쓰지 못하고 방황하는 연정에게 농구 시민리그 참가라는 목적으로 모인 재영, 연미, 환희, 혜준을 만나면서 얘기는 전개 된다. 무대는 농구 골대만 놓여 있다.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만 다섯 명의 캐릭터가 모두 잘 살아 있어서 좋았다. 싫어하는 스포츠 내용 이지만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많았다. 마지막 시합 장면도 인상 깊었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드는 연출력을 보여준 유진 연출에게 박수를 보낸다. 끝부분 경기 장면에서 점수 표시해 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공연장에서 남성 관객 나 말고 한 두명만 보임.

이름처럼 청량하고 재밌던 연극! 보는데 같이 운동하고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더라구요 볼수있어서 기뻤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