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면 누구나 좌절을 겪을 때가 있다. 인생이 바닥을 친 듯한 기분, 무력감에 손 하나 까닥할 힘도 모두 증발해버린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을 때 ‘더 나은 노래’를 만났다.
주말, 어떻게든 기분 전환을 해 볼 요량으로 혜화동을 찾았다. 동물원이 부른 ‘혜화동’으로 인해 늘 알 수 없는 촉촉한 감성에 젖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대학로였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옷을 입은 대학로 거리를 헤매다 한 뮤지컬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 뮤지컬만 보아왔던 내게 소극장 뮤지컬에 호기심이 들었다. 10만 원을 훌쩍 넘는 대형 뮤지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티켓 가격이 마음을 동하게 했다. 저렴한 가격 = 낮은 질의 공연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호기심이라는 덤이 더해졌을 뿐이었다.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객석 가득 들어찬 관객을 보고 내심 놀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뒤숭숭하고 거리는 썰렁했는데 여긴 달랐다.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자리 중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공연을 기다렸다. 잠시 후엔 계단까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가성비’를 찾아 다니는 주머니가 얄팍한 젊은 커플들이려니 생각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은 그로테스크함과 난해함이 뒤섞인 무용으로 시작되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된 대형 뮤지컬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공연의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들어온 난 그저 무대에 집중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한 성공한 조각가가 등장했다. 그는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갔다. 자신의 몸이 망가져가는 데도 성공에 집착하다 결국 모든 걸 잃었다. 전에도 까칠했던 조각가는 더욱 거칠어져 어머니와 제자도 떠나 보냈다. 그는 눈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그 소녀 역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 역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발버둥치며 상처를 드러낸다. 그러다 조각가의 의도하지 않은 작은 호의에 소녀는 변해간다.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눈시울이 자꾸만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마음 깊은 밑바닥에서 무언 거품을 내며 터지고 있었다.
조각가도 그런 소녀을 보며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항상 그의 곁에 머물던 예수님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는 ‘더 나은 노래’를 부른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끅끅’ 소리는 마스크로 막을 수 있어도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조각가 ‘선우’에 오버랩되어 있었다. 심연에서 터지던 거품은 눈물이 되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조각가로서 치명적인 ‘실명’ 후에 오히려 ‘더 나은 노래’를 부르는 선우를 통해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오랜 상담으로도 얻지 못했던 마음의 치유를 100분의 공연이 해 주었다.
공연 중간 관객들에게 종이 비행기를 나눠주고 날리게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던 마음을 번아웃 시켜주는 귀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가장 큰 소득은 ‘손홍민’이라는 배우의 발견이었다. 그의 연기는 맞춤 정장을 입은 듯 조각가 ‘선우’ 그 자체로 녹아있었고 그의 노래는 내 마음의 주파수를 아는 듯 계속 공명을 일으켰다. 이런 재능을 가진 배우를 이제야 발견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다음에는 어떤 연기와 노래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들었다. 손홍민 배우에 매료된 난 공연이 끝나고 한참을 극장 밖에서 서성거렸다. 마침 배우가 나오길래 사진을 청했다. 긴 공연과 포토타임까지 피곤했을 터였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재능과 인성을 겸비한 배우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홍민 배우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연기와 노래가 떠 오르고, 끅끅 거리며 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미소가 피어올랐다. 바닥을 향해 침잠하기만 하던 내 마음은 빠르게 V자 반등을 그리고 있었다.

퀄리티 넘나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따듯하고 마음이 찡하면서도 위트있는 공연 넘나 잘보고왔습니다. 보고 또보고 함께보고 나누고픈 공연 이었습니다. 공연을 볼수 있도록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 선물을 주신것같아 넘나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분들의 연기와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살아온 삶은 다시 돌아보게 되는 그런 뮤지컬이었고, 보는 내내 관객을 울게하고 웃게했던 너무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공연보고난 후 믿음이 더 강해졌어요. 감동의 눈물 흘렸습니다.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일상에서 좌절하는 일이 자주 있어서 그런 지 주인공이 한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금세 공감하고 맙니다.
깊은 좌절감을 떨쳐내는 것도 일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희망을 찾는 주인공을 보고 나면 가슴이 벅찹니다.
이제 곧 ''더 나은 노래'' 공연이 끝나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