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무천의 무언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을 보러 문화비축기지 T2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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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10분이 걸려 상암동에 도착했을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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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양의 비가 아니었지만 공연 관계자들을 우의를 나눠주며 공연이 10분 늦게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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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맡아주는 곳도 없는 야외공간 혹여나 가방 속 중요한 것들이 젖을까봐 비옷을 겨우 여미고 우산을 하반신에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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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시간이 넘었지만 비는 더욱 거세지고 천둥번개는 멈출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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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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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경사진 야외 무대 위에 크기가 다른 나무 상자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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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조명 때문인지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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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옷을 입은 배우들이 앞뒤로 옆으로 각자의 동작을 하며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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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상하 좌우 움직임은 모두 관객을 향하고 있다. 단 한명의 배우만이 움직이는 배우들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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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80대까지 24여명 배우들이
450여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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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한줄 없이 상황의 나열들은 어떤 이야기를 구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장면에 대한 구성만 있을뿐 ‘무엇’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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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오가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무엇을 찾기 위해 물방울 맺힌 안경 속 눈은 부지런히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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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맞게 끊임없이 옷을 바꿔 입기 때문에 마치 120분짜리 패션쇼를 보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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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배우들을 바라보던 한 명은 마지막에 날개를 달고 무대를 떠나는 배우들을 바라본다. 마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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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날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고, 습기를 머금은 손가락 끝은 쭈글쭈글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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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때문에 몸이 바들바들 떨려서 객석을 빠져나오자마자 우의를 벗고 가디건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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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앞에는 배우들이 서서 관객을 배웅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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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비 맞으며 연기하고 있으니 관객들도 비 속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하게 하는 것은 누군가의 아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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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내 번개는 30번 정도 쳤고,
나는 혹여 배우들이 감전될까, 벼락 맞을까, 미끄러져 넘어질까, 감기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하게 공연을 봤다.

그냥 끝도 없이 불친절하다 의미를 찾기도 힘들고 너무 관객에게 니들이 알아서 찾아라 하는 느낌 그냥 무의미한 패션쇼다

대사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인물들한테 이렇다 할 서사조차 없는데 호불호를 떠나 내가 본 게 연극은 맞나 싶다. 연극이고 서사갈래라 할 거면 140명 인물 중 한사람에게라도 스토리를 부여하던, 아니면 그냥 현대무용이라고 하던지 했으면 좋겠다. 앞에 현대나 실험적인 따위의 단어만 붙이면 어어 그렇구나 할 줄 아나보다. 현대미술전시회에 작품 설명 없인 아무 감흥도 없는 작품을 무대에서 보는 것 같았다.

모르면 용감하다. 모르기에 용감하게 글을 남긴다. 무궁한 연극의 발전을 위해. 관객과 배우분들 연출가님께도 존경과 경의를 바탕으로 그 마음에 과감히 글을 올립니다. 엄청난 연극 역사의 현장을 함께했다. 매우 큰 아름다움에 환희를 감추기 힘들었다. 자연의 위대함과 사람들의 살아있는 호흡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화룡점정으로 비가 내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사방을 둘러싼 초록빛과 감정을 갖고있는 사람들 그리고 비를 흠뻑맞으며 같이 함께하는 관객들. 광장은 이렇게 형성되었다. 역사의 현장에 있다 느껴졌다. 번개와 천둥이 조명과 배경을 더욱더 심히 만들어주었다. 얼마나 이 아름다운 광경이었나. 언제 이렇게 비를 맞으면서 아름다움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볼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그 위대한 서막은 시작한다. 즉흥적인 비로 인해 엄청난 창조적인 상황들이 고대되었다. 얼마나 재치있고 자유로움이 뿜어져나올까? 이곳은 이미 광장이고 연극은 벽을 허물고 모두가 이 공간에 현재를 실존하며 영혼을 가진 모두가 알 수 없게 존재하고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모든 온갖 실상들이 들어난다. 연출가가 위험하다 이 작품이 위험하다. 말이 더 필요없고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곳이다. 무대위에 누가 그려놓은 생명없는 무대장치까지는 받아드릴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무대 전체가 사람들 전체가 너무 상황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 비라는 위기는 수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만남과 인연을 만들었다. 이 내용, 의도 모든 것을 다 알겠다. 다 충분히 느꼈다. 이 엄청나게 자유롭고 위대할 자연스러움 속에 규칙들이 너무 많다. 규칙들 속에 하나씩 다 무너져내린다. 뭔지 다 알겠다. 그만 얘기해줘라. 배우들이 인형처럼 놀아나고 있다. 이게 무슨 인간 군상의 패션쇼인가? 오히려 패션쇼가 더 목적에 부합하게끔 공감이 되겠다. 설명적일거면 더 설명적이거나, 대체 정리되지못하고 다 기계적이다. 제일 인간스러워야할 것들이 다 규칙적이고 너무 정해져있다. 약속을 따라 움직이는 모조품들같다 모든 배우들이. 이 작품은 위험하다. 광장이라는 소재에 규칙이 존재할 수가 있는가. 자연의 거대함 속 누가 그려놓은 생명없는 것들이 에너지를 다 빼앗아간다. 정해놓은 규칙 속에 관객들은 하나씩 모든 걸 잃어만 간다. 표현 다 알겠다. 산을 비추는 조명 뭘 상징하는 지 반복되는 행동 누군가의 등장으로 인한 사건 다 알겠다. 다 이해가 된다. 근데 왜 자꾸 자연스러움이 아닌 계획과 동선으로 다가오는가. 야외로 나온 이유가 무언가 규칙 속에서 움직이지 못 하는 배우들과 모든 같은 표현 막힌 호흡들. 기계화 되는 인간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런 건 일말의 호흡도 찾지 못했다. 찰리채플린이 그랬을까 지구를 지고 망치를 든 철학자가 그랬을까? 엄청난 창조적인 상황을 놓친 게 너무나도 아쉽다. 위대한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고 그걸 놓친 역사적인 순간또한 함께했다. 의미 전부 다 보인다 보이기때문에 잔혹하다. 누군가의 묘지 자리 광장 머물다 가고 흔적 위에 흔적, 또 사람이 가고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이 있었고 내가 있다. 그래서 뭐하는거냐 다. 다 알겠는데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똑같은 의미를 갖고 계속 똑같이 만들어간다. 광장은, 누군가의 만남과 공감과 스쳐지나가는 힘은. 이렇게 탄생되지 않는다. 우연적인 힘 운명같은 힘 창조적인 위대함을 연주해야할 곡에 모든 재료가 빠진 형식만이 남는다.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들 속에 사람이 있어야하는데 제 4벽과 제 5의벽도 같이 만드신건지 대체 무슨 형식을 보여주며 형식을 논하는가 형식이 다양해야할 것에 다양하게 보이지만 형식을 주장하니 정말 모르겠다. 아쉽다. 누가 어디서 이러한 노래를 같이 듣고있는가.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이겠는가 그걸 보는 관객또한 얼마나 고생인가. 연출가의 고집으로 모든 상황이 막혔다. 비가 오는 상황이다. 과연 템포라는 단어를 정녕 알 수 없던 것일까. 연극의 매력 중 생생함 라이브 현재를 같이 한다는 큰 의의와 그것을 완성시켜줄 모든 걸 갖추고 이건 정말 안타깝게 끝이난다. 모든 게 예상이 된다. 상황이 다 예상이 된다. 커튼콜 안 할 것까지 다 보였다. 그만큼 간단하고 쉬었다. 그래서 정말 너무 안타까움에 이렇게 길게 글을 쓴다. 그 얼마나 아름다웠을 역사를 볼 수 있던 것을 놓쳤던 말이다. 그리고 제일 큰 건 장소는 문화비축기지이다. 대중교통 이용 관객에겐 매우 수치다. 그럼에도 보러왔지만 밤에 시간약속은 생명이다. 확실히 이건 모든 걸 조절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생동감과 비가 오기에 속도를 밀어붙일 수도 있었다. 그걸 인지함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정해진 대로 행해지는 배우들의 몸짓은 너무 보는 내내 슬펐다. 오늘만 있는 공연도 아닌데,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다. 비가 오면 조금 편집한다고 해도 표현이 달라져도 모두가 터놓고 이해하고 설득하고 서로 진실의 말을 하는 광장이고 공연장에서. 그 위대한 창조적인 것들이 형식 안에서 파멸해갔다. 그것이 저는 여태껏 본 공연 중에 제일 안타까워 열변의 마음으로 두서 없이 글을 남깁니다. 앞으로 남은 공연 정말 화이팅이십니다.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배우분들과 관객들. 큰 감동을 갖고 많은 안타까움도 느끼며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극의 큰 발전을 희망하는 마음을 남깁니다. 꼭 제일 중요한 건데 산 뒤에 그 사이로 비추이는 가로등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새로운 형식은 아니지만 수많은 등장인물, 다양한 의상, 시청각 효과에 의해 두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았다.무언극은 대사극보다 훨씬 많은 집중과 훈련이 필요한데 사실 한 달의 합숙으로 대사극을 하던 배우들이 이 극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바위에 계란 치기지만 페터 한트케가 원래 의도했던 의도들이 어느 정도는 전달됐다는 면에서 고생하신 배우님들과 연출님께 큰 박수를 드린다. 등장인물들의 변주 속에서 많은 관찰과 사색을 하게 만든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배우란 직업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새삼 느끼게 하는 역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