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있는 스토리에 극중극을 보는 재미! 굿굿

빨려들어가듯이 봤네요.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코로나시기에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연습했을 것을 상상하면 아찔합니다만 배우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배우는 아무나 못할거같아요. 모든배우들이 등장후 퇴장이없습니다. 긴 공연시간 내내 훈련으로 다져진 배우들의 연기로 꽉 채워져요. 세트가 거의없지만 배우 자체가 볼거리입니다! 독특한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다음 연극도 기대해 봅니다.

부조리극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정말 위대하네요. 오직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나와 내 삶의 단면을 보고 그것을 진실이라 기록하는 타인의 시선 사이. 등장인물은 작가를 찾지만 작가도 등장인물을 그려낼 수 없었죠. 왜냐하면 결국 타인이기 때문이고, 단면만을 그려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가는 절필한 것이고, 그래서 작가를 찾으려는, 글을 써달라는 등장인물들의 요구는 실패가 예정된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관크가 좀...몸을 숙이고 봐서 시야방해가 되거나 부채질을 열심히 해대던가 중요한 장면에서 크게 소리내서 혼자 웃거나...즐기는 건 좋은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선에서 해줬으연 하네요

지난 그류그류 이후로 한껏 기대하던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입니다.

한양 레퍼토리 씨어터는 맨날 갈때마다 입구를 헷갈리네요. 앞쪽 마트 입구가 아닌 뒤쪽에 있습니다.


내려가면 로비에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공연 포스터가 아닌 그류그류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요, 차기작 선전이 아니라 일종의 복선입니다. 그류그류를 연습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이 이 공연의 상황이거든요.


루이지 피란델로는 정말 똑똑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드는 작가인데요, 이 작품은 크게 보아 극중극의 형식으로 배우들과 등장인물이 출연하여 환상과 재현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합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과 진실은 어떤 관계이냐..라는 커다란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전작 그류그류(희곡의 원제가 더 주제를 잘 표현한 듯 합니다. 여러분들이 그렇다면 그런거죠)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환상을 직접적으로 또 집요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좀 더 매니아틱하달 수도, 좀 더 노골적이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피란델로라는 이름값이 말해주듯 유치하게 노골적인 게 아니라 한껏 고상하게 표현하지요.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크게 보아 두 패로 나누어집니다. 한 패는 다음 공연을 준비중인 어떤 극단의 배우들이구요, 다른 한 패는 작가의 환상에서 빠져 나온 희곡속 등장인물 들입니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피아노쟁이 한 명이 등장합니다. 얘는 좀 나중에..


배우들과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진실을 갖고 치고박고 합니다. 배우들은 그냥 현실의 사람들입니다. 반면 등장인물은 나름의 매우 극단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극단적인 이야기 속 인물들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요. 둘 사이에 있을만한 온갖 논쟁과 긴장, 진실의 의미, 고집 등이 매우 자연스럽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서로 부딪힙니다. 서로의 부딪힘을 보는 내내 진실은 어떤 의미인가, 무언가를 눈 앞에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피아노 쟁이가 한 명 등장한다고 하였는데요,

배우들과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층위를 고집하는데, 팽팽히 대립하면서도 일면 나름의 진실로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내지는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서로 섞여들려 한다면, 피아노쟁이는 그 두 층위와는 또 동떨어진 채 어디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극이 어쩔 수 없이 관객과 무대위의 사건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극인데요, 그런 측면에서 이 피아노쟁이는 관객과 절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실제로는 배우/등장인물도 관객과는 거리를 유지합니다만 이야기 자체가 둘이 섞이는 스토리다 보니 관객/배우, 관객/등장인물의 관계도 자꾸 섞여들게 됩니다) 온전한 환상속의 배우라는 새로운 층위를 형성합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 듯 보입니다. 피란델로가 워낙 빼어나게 세팅해 놓은 자리에 헷갈리는-내지는 별 큰 의미 생성을 못하는- 느낌입니다.

참, 이 피아노쟁이 배역 이름은 ''''칼''''이라고 예전 같은 연출, 같은 극단의 ''''전쟁터의 소풍''''에 나온 그 배역이에요. 그때와는 좀 다른 의미로 심어놨지만, 김승철 연출이 나름 아이덴터티로 밀고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