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어떻게 펼쳐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한 남자가 안중근에게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다면 참혹한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거사를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남자는 참혹한 미래를 알려 준다. 안중근의 가족들은 탄압받을 것이며, 이 중 일부는 친일로 돌아설 것이며, 그리고 일부는 죽을 것이다. 또한 조국은 독립이 되더라도, 불고 몇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내전으로 남과 북으로 나뉠 것이다. 가족의 불행이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저격을 해야 하냐고 남자는 부르짖는다. 왜 너만 생각하냐고, 가족의 미래는 중요하지 않냐면서..그럼에도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왜냐하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주저하면 내가 당한다.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그리고 나는 없다.

<준생> 은 안중근의 역사와 타임슬립, 팩트와 픽션이 만난 팩션 연극이다. 안중근 서거 112주년을 맞아 안중근의 아들 ‘준생’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작품으로, 안중근 장군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당일 새벽,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그의 은신처에 숨어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토리 구성은 일제 침략 시기를 배경으로 이토히로부미의 저격을 두고 안중근과 준생은 역사 앞에 처절한 논쟁을 펼친다. 안중근의 미래를 암시하며 말리는 준생의 독선전인 질타가 처음에는 대한독립을 위한 대의를 저버리고 기회주의적인 군상들을 대표한다. 안중근은 거사 이후에도 독립이 되어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하며 나라가 지켜주지 않아 가족들이 처한 상황들에 충격을 받고, 멀리 울리는 기적소리에 그의 총부리는 기차를 향한다.
단, 공연을 진행하는데 있어 많은 내용들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려고 보니, 너무 강하게 표현하는 부분들이 관객으로서 보기에 조금 힘든 부분이 있다.
준생 역의 서진원 배우 연기가 돋보인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이후에 불행한 삶이 어떻게 전개될 건지 진심으로 전달한다. 너무 슬픈 역사를 되돌아보며, 안타까웠다. 안중근 역의 임기정 배우는 궐기있게 그래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연기를 잘 보여준다.
극단 화살표 21주년 기념공연으로 내가 만약 안중근이 었다면 과연 안중근의 선택처럼 나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해본다. 나 자신이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해야 한다.

일제 침략하에 독립을 위해 싸우는 영웅으로 살것이냐
아버지없이 힘든 나날을 지낸 가족을 위해 영웅을 포기하고 아버지로써의 삶을 살것이냐

실화를 바탕으로 안중근 선생님의 둘째 아들의 입장에서 진행된 연극은
인간으로써 한번쯤 생각해보게되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내 머릿속에남은 하나의 단어 "고부견자"
내가 안중근 선생님이라면 아들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계획을 계속 이어갈수있을지
내가 안준생이라면 그런 인생을 살아갈수 있을지..

곰곰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하나의 무거운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아는 안중근 의사는 단지 동맹으로 애국의 길을 맹세하고,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독립 투사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새삼 내가 아는 역사 속 영웅, 안중근이 아닌 한 가족의 아버지인 안중근 의사를
만난 것 같아, 주입된 역사관을 뛰어 넘는 오묘한 인간적 울림을 받았습니다.
대형 거울을 통해 비치는 객석 속의 나의 모습을 간간히 바라보면서 준생과 안중근이 던지는 고뇌에 찬
대화들이 나에게 던지는 것만 같았구요. 그 말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던건 아마도 나의 아버지, 나의 가족 이야기 일 수 있다는 극적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또 다른 이면과 잔혹하리만큼 가슴아픈 가족사를 알게 되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해석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이 공연을 보며 절실히 느끼게 되네요.
이런 작품은 시리즈(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로 기획되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롭고, 유의미한 역사 인식을 전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또 하나, 이 작품이 이 정도로 밀도있고, 완성도 있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열정적 연기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준생역을 맡은 서진원 배우의 경우는 준생이 빙의된 것 처럼 정말 실제 인물과 일체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그 외 모든 배우들의 절제되고, 호소력있는 연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준생>을 관람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평일도 마찮가지인지 모르겠으나 풀만석이었다.(빈좌석이 하나도 없었음)
연극 <준생>을 보기 전 인터넷검색으로 안중근 아들에 대해서 대략 알아보고 관람을 한 것이 주효했다.
문생은 7살에 누군가가 준 과자를 먹고 요절했고 준생,그리고 모친(중근의 처)과 딸 현생은 중근의 거사
이후 정말 어렵게 살아왔고 미나미총독의 제안으로 박문사에서 이토히로부미(이등박문)의 아들에게
사죄를 한 후 중근의 가족들은 비로소 가난의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이 후 김구선생 준생을 역적으로 표현했고 잡아서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극은 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직전에 중근의 아들 준생이 환생하여 그와 대화하며 거사를
중지하라고 요청하면서 연극은 시작된다.
연극은 총4명의 배우가 등장하나 거의 두사람만의 대사로 진행되며 두사람의 연기 내공이 상당하여
관중이 몰입하며 관람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가지 옥의 티가 있다면 준생이 문생을 큰형이라고 표현했는데 큰형이 있으면 작은형도 있어야 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문생을 그냥 형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다.

요즘 대학로 연극이 코미디 또는 연애 등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한쪽에서는 이렇게
무게감있는 연극도 올라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안도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주 신선했던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관객을 찌릿하게 만들어 버린 작품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