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파멸의 잔혹동화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사람들. 코미디언, 광대, 배우..사람을 웃기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코미디 꽁트 하나를 만드는데, 일주일 내내 연습을 해야 한다. 비극의 슬픔에 대해서는 공감의 코드가 비슷하지만, 희극의 웃음에 대해서는 각각의 공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으로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을 하는 아르멕. 그러나 아르멕이 사랑하는 그의 아내 에리안은 유산으로 인해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병 ‘하티포스 웃음 결핍 증후군’에 걸렸다.
아르멕은 다른 사람을 웃게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부인을 웃음 짓게 만들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이다. 이것은 아르멕 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셀러리맨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업무를 할 때는 프로의 모습을 보이지만, 가정에서는 가족들간의 갈등으로 마음 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가정에서는 따뜻하고 포근한 면모를 보이지만,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소외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코미디언, 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도 TV 프로그램의 예능이나 영화 등에서 항상 웃음을 짓는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무대 뒷편의 그들의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울 수 있다. 우리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아르멕은 에리안을 웃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고 이용하는 CROWN 웃음 백화점’의 상사인 본부장과 회장..웃음치료제를 계속 주면서 아르멕과 에리안을 마약 처럼 중독시키게 만든다. 웃음치료제가 끊기자 아르멕은 눈이 돌아간다. 사랑하는 에리안이 웃음 짓게 만들기 위해서 그는 선을 넘는다. 순수하고 착한 웃음 광대 아르멕은 이제 과격하고 폭력적인 욕망가로 바뀌는데..
착한 사람은 건들지 말자. 착한 사람을 건드리면 한두번 참아줄 수 있어도, 그 한계치가 넘으면 착함의 정도 만큼의 악함으로 너에게 되돌려 줄 것이다.

<The Three> 는 마스크 연극으로 공연된 ‘The One’, ‘The Two’를 잇는 ‘The’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기다림’이라는 주제로 1명의 배우가 출연했던 ‘The One’, 2명의 배우가 25개의 마스크를 착용하며 ‘만남과 헤어짐’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던 ‘The Two’는 마스크 연극의 독창적 매력을 선보이며 관객의 호응을 받은 바 있다. ‘The Three’는 그 독창성을 이어받아 웃음이 사라진 가상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파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스크 연극 ‘The Three’는 단 3명의 배우가 나와 4개의 마스크, 40여개의 오브제를 사용하여 시각적인 상징을 극대화 시킨다.
스토리 구성은 ‘CLOWN(빨간 코) 놀이’가 유일한 특기인, 다리가 불편한 소년 아르멕. 유일하게 아르멕을 위로해주던 소녀이자 아내 에리안, 아르멕의 직장이자 웃음을 판매하는 ‘CROWN 웃음 백화점’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연은 광대의 상징 ‘빨간 코’와 ‘웃음’을 전면에 내세우며 웃음이 만들어 내는 한편의 잔혹동화이다. 스토리가 약간은 자극적이고, 과장된 부분이 있는데, 마스크 연극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르멕 역의 강장군 배우 연기가 뛰어나다. 특히 신체의 유연성과 움직임을 통한 코믹 연기와 덤블링이 대단하다.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며 잔혹해지는 그의 감정들을 잘 표현한다.
다채로운 표현 양식들이 은유와 상징으로 역할 하며, 인간의 ''웃음''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한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으로 매진이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일요일에 보고온 마스크연극 더 쓰리(The Three) 소라별이야기 이후 두번째로 보는 마스크 극이라 기대하고 갔다왔어요. 시놉을 본후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고요. 소라별이야기가 가슴따뜻했다면 이번 더 쓰리는 무거운 이야기였네요. 절름발이지만 웃음을 잃지않는 아이맥 그런 그를 사랑하는 에리안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임신하지만 이 둘에게 찾아온 불행으로 에리안은 웃음을 잃어버리게 되죠. 그리고 아이맥이 입사한 크라운웃음백화점의 본부장.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들의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한듯 싶지만 그속에는 우리들의 사는 모습이 담겨있던거 같네요. 입사를 위한 치열한 경쟁과 입사후에도 살아남기위해 철저한 을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공연내내 찾는 웃음이라는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쫓는 욕망 그게 돈일수도 권력일수도 아님 명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네요. 아이맥을 연기한 강장군배우님의 포퍼먼스는 정말 최고였어요. 거기에 에리안역의 이혜리배우님 소라별이야기의 대장역을 하신분이라고 믿기지않을 정도로 연기변신(?)이네요. 그리고 가장 악독한 본부장역에 박현수배우님도 정말 멋진연기라고뿐이 표현할수밖에 없네요. 웃음이라는 행복을 찾기위한 행동들이 끝내는 파국으로 끝나는 무거운 이야기지만 꼭 한번은 봐야할 공연이었던거 같아요.

연극을 관람하는 내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이하고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는 ‘오징어게임’의 VIP들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극은 잃어버린 웃음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찾는 우리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였습니다. 삶과 욕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모든 세대가 보면 좋은 소라별이야기와는 달리 욕망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로써 본격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살짝 무섭기도 기괴하기도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전개를 보이지만 초반부에는 웃음도 많이 던져줘서 작품이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밸런스가 좋았네요. 아르멕(강장군)의 열연이 돋보였는데 절름발이라는 설정이라 실제로 다리가 불편한 것처럼 연기가 리얼했어요. 그 와중에 백덤블링 등 고난도의 동작도 선보이고 나중에는 드로즈만 입고 탈의까지.. 배우님들은 힘들겠지만 다소 자극적인 연출을 통해 작가 및 연출이 의도하는 불편함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던 것 같아요. 초반엔 웃으면서 봤지만 점점 더 긴장하면서 보게 되더라구요. 웃음=돈으로 연결한 주제의식과 함께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보다는 오브제를 통한 상징과 은유 좋았어요!

열연하는 배우문들도 작품이 주는 메세지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