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하게 공연장은 소담한 연습실이었다. 공간이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고 관객석도 적었기에 무대와 관객석 사이에 경계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 공연 시작 전에 관객 한명 한명에게 참여 의사를 물었고 그에 따라서 스티커를 붙여주셨는데 꽤나 젠틀하고 귀여운 방식이라 괜스레 웃음이 났다. 가벼운 소재의 공연인 줄 알았으나 공연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그 생각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각자의 인생에 대해 궁극적인 질문을 하고 있었고 우리 모두의 삶을 통달하는 소재를 다루는 연극이었다. 주인공 ‘여자’는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의사’를 찾아온다. 의사는 관객들의 몸으로 여자를 유체이탈하게 만든다. 나 또한 유체이탈(?)의 경험자였다.ㅋㅋ 난 어느새 여자의 영혼이 들어온 인간 껍데기가 되었다. 그런데 유체이탈 과정 중에 오류가 생겨서 여자의 영혼이 들어온 관객과 주인공 ‘여자’역을 맡은 배우분이 누가 “진짜” 여자인지 대결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인공 여자가 처음엔 자신을 바꾸려 왔는데 자신을 자꾸만 증명해내려하는 모습이 모순적이었다. 그렇다. 자신의 껍데기를 바꾸는 일은 그저 한낱 자신을 속이는 일일 뿐이고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서 멀어지는 행동이다. 우리 모두 현재의 나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신기하고 새롭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내면에 각자의 보석을 가지고 태어난다. 모두가 다르기에 가치가 있고 세상이 다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거울을 본 내 모습은 바로 오늘 갓 태어난,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디바디 체인지" (작:김로완 연출:김로완, 남도윤 안무:김현선 출연:김로완, 김현선, 오혜민, 남도윤 제작:창작집단 결, PWA 극장:스튜디오 일상 별점:★★★☆☆) 작년에 "테이프" 라는 공연을 봤었던 창작집단 결 작품이다.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자 새로운 몸으로 의식을 이식하는 ''바디바디 체인지''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닥터는 그런 그녀에게 다양한 몸들을 테스트 하게 해 준다. 그러나 불안해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각종 오작동을 일으키며 이야기 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오늘도 새로운 극장을 찾아 길을 나선다. 왜 이 골목에만 들어서면 애잔한 마음이 드는지... 극장은 연습실 공간 이었다.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마지막에 관객의 답변을 독백으로 해 주는 장면이 좋았다. 김현선 배우님의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짧게 느껴지는 1시간이었습니다.

배우님들의 연기와 대본 모두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좋았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너무너무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다!!

이상 2혜민이었습니다 ^~^

연기력, 대본 굿굿

우선 극의 연출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 극은 관객 참여형 공연인데, 무대 뒷 쪽에 거울을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무대에 출연시키고, 사전에 동의를 구한 관객들에 한해서 ( 이 점도 부담스럽지 않고 너무 마음에 들었음. ) 직접적으로 극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사랑스러운 과거들을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재미도 있었다. 극의 스토리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가볍고 유쾌하게 시작해서 뒷통수를 때리는 듯한 스토리. 나는 정말 나를 사랑했나? 내 수많은 단점들을 싫어한다면, 그런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나를 사랑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을 보고 나의 안좋은 과거와 실수들은 보내고, 나라는 사람의 장점과 나의 소중했던 순간들을 더욱 더 크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뻔한 신파극이 아닌, 이런 신선한 연출의 공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오랜만에 극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