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막으로 구성된 공연은 인생의 러닝타임을 마주한 평범한 인간이 시간의 소멸 과정에서 겪는 희노애락을 악기와 소리 그리고 춤으로 그려낸다. 죽음이라는 서사답게 곡은 제례악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피아노와 가야금을 오가며 클래식과 국악의 경계를 허문 강대명의 연주는 국악세션을 리드하며 아름답고 서정적이지만 주제가 주는 묵직한 감성을 애절하게 전달한다. 소리꾼은 노래보다 성경의 구절을 인용한 나레이션에 비중이 더 컸는데 소리가 먹혀 무슨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나레이션에 속이 좀 탔다. 극이 끝나고 리플렛을 참고하고서야 끄덕끄덕 했다. 요즘 대세인 빔프로젝트를 사용했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괜찮은 좌석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차고려를 하지 않은 애매한 열에 앉아 앞사람에 가려 무대가 거의 보이질 않아 소리에 더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퍼포먼스가 곁들여진 무대였기에 정말 속상하고 아쉬운 부분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너무도 좋았던 참신한 공연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야금 등 전통악기와 서양악을 함께 공부했다는 강대명 아티스트의 러닝타임 보고 왔습니다. 무용과 음악이 함께한 공연이었는데요, 이 공연은 본격적인 공연 시작전에 로비에서 퍼포먼스가 있었어요. 소금부는 연주자 뒤로 하나 둘씩 무용수들이 따라 붙으면서 천천히 무대쪽으로 나아가는 퍼포먼스였는데, 마치 인간은 시간에 맞추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용수와 연주자,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관객들이 입장하고 나서 공연은 시작됩니다. 동서양의 악기를 모두 공부한 강대명님의 음악은 피아노 선율로 전통장단을 치는 듯하면서도 현대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하나같이 정말 다 좋았어요. 음원이 있다면 사서 듣고 싶을만큼 좋더라구요. 반복되는 주제 선율도 좋고, 경쾌해졌다 가라앉았다 하는 악곡들이 하나같이 몰입해서 듣게 되더라구요. "허무로다 허무로다" 반복되는 이 말 속에 담긴 뜻에대해 생각하게 하며, 거기에 무용을 더해서 유한한 인간의 생과 사, 그 사이의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 설명이 담긴 리플렛을 함께 주셔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무용의 의미를 설명해주셔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난해하지도 않고, 비언어적이지만 공감되면서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무대였어요. 너무 좋았습니다!

소리가 마음에 울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솔직히 음악 공연은 듣는 순간에만 즐겁고, 돌아서면 잊고는 했어요.
그런데 <러닝타임>은 돌아서서 나오는 순간에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행복하네요.
부드럽게, 스산하게, 설레게, 불안하게.
휘몰아치는 듯하다가 느릿해지다가.
그 소리를 무용수들이 몸으로 표현해 내는데, 표정 하나 없이 몸으로''만'' 표현하는 게 너무 멋졌어요.
음악과도 어울리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그런 무용.
다만 좌석 배치가 너무 안 좋아서 시야를 다 가리는 바람에 무용의 반 이상을 못 본 게 아쉽네요.
공연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좌석을 배치한 건지, 앞사람 머리에 다 가리도록 만들었어요.
단차가 낮을 땐 좌석 한 줄, 한 줄을 지그재그로 놔서 시야를 확보해야 하는데, 공연을 보지 말고 듣기만 하란 건지 아예 못 보게 만들어 놨어요.
소리 울림도 좋고 조명도 괜찮은 편인데 좌석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만든 탓에 무용 못 본 게 너무 아깝고, 아쉽고, 속상해요.
아니면 1열 관객만 보란 건지...
그럼에도 음악, 무용, 창 모두가 행복할 정도로 만족스러워요.
나중에 또 보고 싶고, 또 듣고 싶어요.
음악을 음원으로 내주면 돈 주고 사서 들을 텐데 다시 들을 수가 없는 게 슬프네요.
이 행복이 하룻밤짜리라니.

국악과 서양음악 그리고 현대발레와 노래가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우리 삶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매력적이다. 공연전 로비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공연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마술피리 같았다. 모든 것이 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