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좌표 지점들을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나서도, 결국 그럼에도 지금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양자 얽힘, 다원 우주, 멀티 버스와 같은 물리학 개념들이 이런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져 우리 삶을 보여줄 수 있구나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마디로 영화도 아닌, 연극의 형식을 빌려 이렇게 밀도있고 명쾌하게 표현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참신한 발상으로 느껴졌다.

심플한 무대 구성과 갼결하면서 명확한 메시지만을 담아 던지는 대사, 인물들의 동선 하나 하나가 거대한 서사보다 훨씬 함축적이면서 상징성을 전달해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믈론 그만큼 극의 전개를 따라가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지만 그 과정 또한 작품의 의도가 아니였을까...생각해본다.
맞다. 이 연극은 결코 쉽지 않은 물리학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잠시나마 사유할 수 있는
시간과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다.
물리학이 철학과 이렇게 닿아있구나하는 경험을 이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과 제안을 해보고싶다.

그치만 또 다른 무대로 이어지는 문. 물리학 얘기를 들으며 셰익스피어가 떠오르는 기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며 모든 사람은 하나의 배우일 뿐이니'

기억을 단순한 상실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SF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습니다. 대사의 힘이 좋은 연극인 것 같습니다. 대사덕분에 비선형적인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나이든 차연의 낮잠과 중첩된 멀티버스를 기발하고 재미있게 연출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차연은 정말 물리학과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한때 저에게도 있었던 열정이라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주변부가 아닌 자신을 기억해야 한다는 대사는 시대불문하고 언제나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시대나 자신의 존재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집으로 돌아와서 존재에 대해서 잠깐이지만(ㅋㅋㅋ)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틀에 박히고 고정되어가는 사고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을 통해 잠시나마 객관적이고 거시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고나 할까... 의미있는 정면의 무대장치나 극의 내용들도 좋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필름을 되돌려보게 되는 공연이었다.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