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분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간만에 대학로 소극장 감성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단차 없는 무대에서 배우님들의 연기에 빠져드는 느낌.
특히 이번 공연으로 K를 맡으신 배우님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좋았지만요)
일본 문학 특유의 허무주의랄까요...마음이 얼마나 얄궂은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과거를 회상하는 방백으로 시작하는 연극은 지극히 정적이고 배역 사이, 대화 역시 예의를 다해 한층 갈등이 높다고 한들 곧 사과를 하고 돌아서는 식이다. 그러나 제목처럼 들키고 싶지 않으나 속에서 흔들리는 격정이 그대로 다가와 사실 조금 놀랐다. 작은 무대를 최대한 분할해 꾸민 극장은 보기에 불안했으나 곧 이 낮고 좁은 극장이 아니라면 이 한껏 올라간 ''밀도''를 담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19세기 중반, 합리주의나 기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유행한 유미주의(唯美主義)자로 나츠메 소세키 소설의 특징을 무대에 완벽하게 투영했다. 자칫 진지하고 엄숙한 방식의 연출은 사소한 실수나 어설픈 소품, 조명, 소리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코미디가 되기 쉬워 오히려 감정에 충실한 셰익스피어 비극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극단 대표 연출인 이은준(예술감독)이 아닌 배우출신 구태민이 연출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발견이다. 정중동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나 싶지만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정적인 무대만으로 격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젊은 극단이 젊은 배우들과 올린 무대라 더 놀랍다.*

간사한 마음으로 실수를 했고, 그 죄책감을 평생 안고살지만
자신이 욕망하는 것에 솔직하지 못한 주인공 ''선생''의 모습에서
전근대적 인물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었던
나츠메 소세키 연극 <마음> 이었습니다

연극 〈마음〉원작의 문학적 깊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시대적 트라우마를 다층적으로 조명했습니다. 간결한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