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연극... 집이 서울이 아니기에 보러가려면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연극 왜보나싶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보고나니 왜 보러 멀리까지 가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한번더 좋은 기회가 왔으면 좋겟습니다. 보고싶습니다.

1시간 20분 밖에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고, 각각의 에피소드는 바로 앞과 뒤의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한마디로 꽤 독특한 구성이다.
모든 에피소드에는 남자와 여자가 한 명씩 등장하고, 이들은 경우에 따라 첫 만남에서 섹스까지 가거나, 상당한 밀고당기기를 한 뒤 섹스까지 가거나, 누군가 권력을 쥐고 섹스까지 간다. 물론 에피소드들마다 다른 인물과 상황이 주어지고, 끝까지 가는 과정 또한 완전히 다르다.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라도 극 안에서 그 인물이 상대하는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 모두 다른 성격과 태도를 보여준다. 5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가 엮여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사랑, 성욕, 쾌락, 욕심의 양태를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아리따운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모든 걸 다 바치는 순진해보이는 경찰이 등장한다. 이 경찰은 바로 전 에피소드에서 창녀의 꼬임에 넘어가 간신히 일을 치를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었다. 그 아리따운 여자는 그럴 수 없는 척 하면서도 은근히 경찰과 관계를 갖게 되는데, 섹스가 끝나자마자 경찰의 태도가 돌변해버린다. 이제 일 끝난 여자에게 굳이 이것저것 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 쉬운 말로 잡힌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가 앞 부분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관계(sex) 전후에 따라 남녀 사이의 관계(relationship)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상징적/노골적으로 보여주어 무척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렇게 순진하게 경찰에게 당한 이 여자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자신의 직장, 부잣집에 가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부잣집 주인나리를 어떻게든 유혹해보려고 갖은 수를 쓰고, 결국 유혹해내는데 성공한다. 물론 그 순진함이 어디로 가지는 않아, 또 그에게 당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엮여져 간다. 자기 집 가사도우미를 농락했던 그 부잣집 주인은 불륜 상대로 만난 유부녀와 관계를 갖지만, 토끼(-_-) 행각으로 인하여 수동적인 입장이 되고, 그 유부녀는 다시 또....

이렇게 진행되는 10개의 에피소드들을 보다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성욕을 채우기 위하여, 욕정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서로를 유혹하려 그토록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목적이 만족되는 순간, 더이상 상대방과 교감해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 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 하며, 이제 다른 상대를 찾아 떠나야하는 것 같다.
그만큼 솔직한 이야기인 셈이다. 그냥 아름답고 평범해보이는 사랑 이야기라면 굳이 무대 위에서 나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연극 '라이겐'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어쩌면 예뻐보이기만 하는 사랑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이렇게 정면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작품이 의미있어 보인다.
물론 이 에피소드들을 보고 '정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만. 나도 막장!'이라고 생각하며 사랑 따위 한 순간의 흔들림일뿐, 욕정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테고, '저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난 아님!'이라는 정반대의 생각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해석에 달린 선택일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해야하는 역할은 충분히 다 한 것인 셈이다.
... 나의 생각 or 선택은?? 글쎄.

사실 연극 '라이겐'에서 가장 독특하고 신기했던 것은 작품의 구성과 함께 무대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긴 의자 4개만 가지고도 모든 것을 표현해내는 연출에 감탄을 금치 못 하겠더라. 배우들의 연기도 물론 훌륭했지만, 연출이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 기록.
출연 - 황세원, 박정길, 박초롱, 이미화, 임지환, 이수형, 정하늬, 이종형, 서강우, 조유미,
연출 - 김윤주, 예술감독 - 구태환, 원작 - 아르투어 슈니츨러.

무엇보다 무대 연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무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잼있었습니다.^^
성을 코믹하게 표현해서 잼나게 보왔습니다.

정말 외적인 부분은 너무 맘에 들었어요.

벤치 4개로 무대를 꾸미는 것도 좋았고 음악과 조명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막상 극의 내용은 다소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가봐요.

성적인 내용...이라고 해서 설마 화끈거릴까 했다..

헌데 13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니..너무 키쓰신이 남발아닌 남발?이었지만.

헌데 연극에서보여준 소재는 XX 정말 잘 살리지 않았나 싶다.

남여간의 사랑이야기보다 섹스이야기..

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낯뜨거운게 아닌 코믹하게 살려

모두가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