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본다는 느낌이 안들고

새로운 무언가를 본다는 신세계였습니다 !

정말 참신한 연극이었습니다.

과장된 몸동작들의 부자연스러운 반복
대사의 반복
이 모든 것들이 무언가를
제게 전달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연극이었어요.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는 현존하는 세계의 어느 나라든
노사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일본의 사회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거나,
준다는것 그리고 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다는 것은 절대 상상 할 수없음을 공연내내 보여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떨땐 톡! 까놓고 이야기 합시다. 라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던져 주고 싶었다.


핫페퍼..
: 일본에서 금요일마다 발행되는 쿠폰북이라고 한다.


에어컨
: 내방병에 걸린 여직원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의 온도는 항상 23도에 맞춰져있고, 풍향은 강풍이란다.


그리고 고별사...
: 정규직으로 근 2년간 근무했는 어느 날 문뜩 해고통지를 받았다.
마지막 출근 길
가장 아끼던 하이힐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나온 순간 바닥에 떨어져 죽은
매미를 발견한 순간..



핫페퍼와 매미로 비유하던 비정규직원들의 복지형태와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를 순간의 시간동안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마음아팠다.

그렇다고 행복한 정규직 사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였던
2막의 에어컨 역시 회사에서 쫒아낼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쫒아 낼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것 같아서 것도 참 마음이 씁쓸했다.

우선 눈에 띄었던 건 깔끔한 무대였다.
무대 뒷편으로 대사가 보이는 것도 좋았고
강렬한 조명 역시 무대와 잘 어울렸다.
일상적인 대화 그리고 반복
약간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도 않다.
대사와 몸짓을 같이 한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사는 반복이니 점점 몸짓에 중점을 두고 보게 되었다.
처음에 파견직 사원들이 계속 부채질을 하는 것이 좀 이해가 안되었지만
정규직 사원들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정규직 사원들은 에어컨 때문에 실내가 춥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파견직 사원들은 부채질을 할 뿐이다.
파견직 사원들도 일상적인 대화를 하지만 정규직 사원들의 대화와는
뭔가 틀리다. 파견직 사원들은 자신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가지고 있고, 정규직 사원들은 정말 지극히 일상적인
에어컨 때문에 실내가 춥다는 대화를 하고 있다.
파견직 사원들과 정규직 사원들의 고민거리 자체가
틀리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와도 비교를 해보게 되었다.

고별사에서는 약간 횡설수설 대사를 하는 것 처럼 보였으나
뭐랄까..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의 푸념도 섞인 것 같고
고별사를 하는 사람 역시 일상 생활들을 얘기하고 있었다.

평범한 소재이지만
대사와 몸짓이 함께 어우러져 신선했고
무대는 깔끔하고 조명은 강렬했다.

신선한 연극이었다.

핫페퍼, 에어컨, 고별사.

제목은 매우 단순했다.
그냥 주요 소재들을 단순 나열한 것 뿐.

그러나 연극은 첫 시작부터 매우 심오했다.

불협화음, 빨간 조명과 파란조명의 심상찮은 조화, 무용이라기엔 뭔가 이상한 경직된 배우들의 움직임,
어색한 일본어 문체에 계속해서 반복되어지는 대사.

처음에는 정말 '독특하다'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외엔 들지 않았다.
이런 작품은 처음인지라 많이 당황스러웠고 진지한 내용임에도 배우들의 경직된 움직임이 코믹하게 다가와서 좀 웃기기도 했다.
게다가 볼륨을 꽤 크게 한 상태에서 배우들이 마이크를 쓰니 배우들의 육성을 들을때와는 달리 기계적인 느낌이 강해 굉장히 어색했다.

그러나 점차 불협화음이 사라지고, 배우들의 경직된 움직임이 조금씩 부드러워질 무렵,

대사와 상황 등과 별 연결성 없어보이던 그들의 무용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고,
점점 극의 내용에 몰입되었다.

파견직 사원들이 부채를 열심히 흔들어대며, 동료 에리카에 대한 송별회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민할 무렵 (핫페퍼)
정규직 사원들은 사무실이 춥다며 수다를 떨며 사랑을 싹틔운다. 물론 온도조차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다는 비운을 갖고 있긴 하지만.(에어컨)
이런 사무실에서 떠나긴 싫지만 어쩔수 없이 떠나야 하는 파견직 사원 에리카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매미껍질에 대한 이야기를 횡설수설하며 고별사를 한다. (고별사)

대사가 쓸데없이 반복되는 것 같아보였지만,
걱정거리가 있을 때 친구들과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며 했던 얘기를 또하고, 또 머릿속으로도 계속 생각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반복한다는 점에서 극은 전혀 이상한 게 없었고,

동작이 매우 어색해보였지만,
대사에 맞춰 버퍼링 걸린 것 처럼 삐걱대기도 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전혀 어색할 게 없었다.


또한 극에서 독특했던 것은,
제로세대에 대한 연민, 혹은 그런 비슷한 것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저 묘사.

물론 보는 사람은 파견직의 슬픔을 볼 수 있겠지만 극 내에서는 연출가의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애쓰거나 그런 것 전혀 없이 깔끔하게 묘사만을 통해 관객들에게 현실을 전달하고자 한 점이 가장 돋보였다.


형식에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공연이었지만 나름 매력적이고 괜찮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