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의 바쁜 생활이라 해봤자
대학생인 네가? 라며 믿어 줄 사람은 없겠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구요 라고 소리쳐 주고 싶은것도 사실이다
최근 꽤나 여유롭지 않는 삶을 살아왔던건 것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결국 피하고 싶었던 궁극적 이유는 바로 금전적 여유의 부재에 있었다
가족의 울타리란 보호망속에 있을때는 몰랐던 편안함이
없을때의 무력함을 깨닫게 해주었달까
바쁜 시간과 금전적 문제는
이렇듯 나를 여유로움이란 그늘에서 내몰아내갔다
그러던 차에
간만에 할아버지 제사지낼 겸 서울에 올라오신 엄마의 권유로
KBS 교양악단의 정기연주회를 보게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것도 예술의전당이란 곳에서

이미 익히들어서 알고있던 KBS 교양악단의 수준급 실력과
모짜르트, 특히나 라흐마니노프의 천재적 재능이 엿보이는 웅장한 음악
으로 이미 충분히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던 나였다
처음 모짜르트의 상큼하고 발랄한, 기분좋은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그냥 귀를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들었다
그래도 역시 생음악은 생음악인지라 오디오로 듣는 것보다 훨씬 나았지만
드디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시작되었다

그순간
나의 눈은 지휘자의 손짓을 쫓느라 바빳고
나의 귀는 들려오는 음악의 한음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빳고
나의 머리는 쓸데없는 상념을 쫓아내기 바빳고
나의 마음은 음악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 바빳다

소프라노가 마지막으로 내지르는 함성이나 절규와 같은 외침이
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것은 그리 놀라울일이 아니다
항상 있던 일이기에
하지만 직접 성악이 아닌, 음악을 감상하면서 소름이 끼치고
눈물이 글썽거린건 이번이 처음같다
그만큼 내가 많이 성장하고 또 그에 따라 음악에의 이해가 넓어져서 그런가

하여튼 이 뜻밖에 찾아온 음악회로 인해
마음의 안정과 휴식은 물론 많은 깨달음 또한 얻게 되었다
음악회의 무엇이 그토록 나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음악만 듣지 청승맞게 무슨 깨달음이냐고 비웃을수도 있겠지만
내가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고싶은지
사춘기시절 이후 한번도 들춰보지 않아 먼지만 쌓인 내면 깊숙한 곳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닌 여자가 우습게도 말이다
앞으로도 나에게 영감을 가져다주는 이런 기회를 많이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가본 연주회.
서울이라 특별할 줄 알았다.
연주회 시작 5분전 관객들 입장이 완료될 줄 알았고,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는 안칠 줄 알았는데,
서울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 없다는 걸 알았다.
애석하게도...

모짜르트는 역시 감미롭고 부드러웠으며,
라흐마니노프는 역시 웅장하고 격이 느껴졌다.
마치 한 편의 긴 great movie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아들숙제로 인해 연주회에 다녀온것인데 웅장함에 한번놀라고 클래식에대해 지루함보다는 선율하나하나에 혼이 담긴듯 아름다운 소리에 아들과 난 감탄할수밖에 없어던 좋은 연주회입니다.

라프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만 들었는데
직접 관현악을 들으니...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또 예매하고 꼭 볼거에요~

어디선가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는 소리..
부드러운 현의 움직임이 나를 환상의 섬으로 데려다 놓았다.

나는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면 눈물이 난다.
왜? 그럴까? 어제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든 생각은..
예술가의 작품에는 그의 생과 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들어가 있다는 것.
라흐마니노프가 바라본 생은 범우주적이었다는 것, 생명의 미추를 모두 포용하고
어루만져준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생명의 상처를 어루만져 천상으로 우리 모두를 안내하는 것 같다.

kbs 관현악단에서 또 다른 기회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을 들려줄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