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연출진 얘기부터 할께요.

저는 단솔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극을 처음부터 계속 봐왔습니다.
첫작품 안개여관이 참 좋았고, 그런 연극이 후원을 받아서 소극장에 설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습니다.
특히 청춘달동네에살다는 팜플렛만 보고 지난 달부터 굉장히 기대를 했었던 작품이었어요.

공연장에는 20분 전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티켓팅을 할 당시 바깥에는 열댓 명 정도의 사람이 서있었구요.
전에는 예매를 했어도 항상 선착순 입장이었는데 이번엔 좌석 번호가 써있더라구요.
맨 뒷줄 끝자리였습니다.

근데 공연장에 들어가서 보니까 원래는 관객을 앉히지도 않는 맨 앞 줄 A열 부터 빽빽이 채워서 12 X 7, 대략 80명이 가득 찼더라구요. 평소엔 관객이 별로 없었던지라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들은 대부분 초청권을 받아서 온 배우나 작가의 지인들이었고, 그 사람들은 딱히 지정된 좌석이 없었어요.

나중에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자리가 안 맞아서 결국은 공연관계자에 의해 좁아터진 관객석을 비집으며 즉흥적으로 몇 번이나 이리저리 옮겨다니더라구요. 그 때문에 공연 시작이 자꾸 미뤄졌습니다. 뭐, 미뤄질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연출자 명성후씨의 태도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의 뒷통수에 삿대질을 하며 "얘네가 이 자리를 비켜야 쟤네가 앉지." 뭐 이런식으로 말을 하셨어요. 나중에 제 옆자리로 옮겨 앉은 그 관객이 "기분 나뻐. 아까 저 사람 말하는 거 들었어? 모르는 사람한테 왜 저래?" 이러시더라구요.

여튼 마구잡이로 뿌려댄 초청권 때문에 자리가 부족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구요,
저는 제 돈주고 소극장 가서 자리 때문에 무대가 안 보여서 고개를 이리 빼고 저리 빼보긴 처음이었네요.






작품 얘기로 넘어가보면,
내용도 없고, 등장 인물만 많고, 재미와 감동은 물론 없고.
팜플렛에 나온 극 중 인물 소개를 봐야 좀 알겠어요. 저 사람들이 어떤 상황인지.
쓸 데 없는 말장난 대사만 많고, 인물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그런 대사들은 없었어요.
그들이 달동네에서 어떤 아픔을 가지고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에 대해 풀어주기보다는
러브라인 만들기에 급급 하더라구요.

여튼 저는 연영과 학생들이 과발표회 하는 줄 알았어요.
대학로에서 하는 만원짜리 상업연극들은 몸개그 해서 열심히 웃기기라도 하죠. 이건 뭐.
미소 역과 소원 역 맡으신 분은 처음에 보고 깜짝 놀랐어요. 국어책 읽으시길래.

난생 처음으로 연극 보다가 핸드폰이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물론 예의상 참았지만요.

관객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 나오면 호응도 더 잘 해주고 그러던데,
저도 친구가 공짜티켓이나 줘서 보러 갔었던 거면 씐나게 웃으면서 재밌었다고 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