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자석이 이층 중앙이라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치우치지 않게 들려서 일단 좋았어요.

100명이 넘는 합창단과 역시 많은 인원의 오케스트라가 한 곡을 연주할땐 소름이 끼쳤습니다..
뭔가 짜릿하기도 했어요.
그 많은 인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1부의 곡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2부가 압권이었네요.
서울시향의 능력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정도 퀄리티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내한하는 오케스트라들이나 유명 연주가의 무대들에 비해 가격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클래식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 잘 접하지 않던 러시아음악으로 채워진 프로그램이 독특해서 좋았네요.
이번 공연에 감동받아서 2011년 마스터피스 다 예매했습니다 ^^
정명훈 지휘자가 나오는 12월 공연은 매진이라 아쉽지만 ㅠㅠ

조금 아쉬웠던건.. 소프라노 분 ㅎㅎ 이건 언제까지나 저의 사견입니다
여튼 지친 생활에서 쉼표가 되어준 공연이었습니다~

시향악단의 연주는 훌륭했으나 성악가 실력이 너무 별로였어요

항상 최고의 공연 감사합니다.

지독한 한파가 몰아치던 2월의 시작 서울이었습니다.

곱은 손을 호호불어 녹여가며 예술의전당으로 뛰어가며 생각했습니다.

아마 저멀리 동토의 땅 러시아의 대지에도 이보다 더한 추위가 자리잡고 있었겠구나 하고.

이런 가혹한 환경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겠죠.

코르샤코프,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에프.

이들은 약 100년전 러시아에서 살아 재정말의 혼란부터 소비에트의 공포까지 그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음악가들입니다.

뭐 자세한 개개인의 신상은 관심있는대로 각자 찾아보면 되겠죠.

유럽의 끝에서 강대하지만 가장 낙후된 체재하의 러시아.

그시대를 살던 지식인들은 국가와 사회를 일신하고 새세상을 염원하고 구상하고 싸웠겠지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와 변질을 동시에 겪어야했던 그 시대.

음악가들도 그러한 사람들의 운명의 흐름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던 지평을 오늘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 바라봅니다.


2012년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거장 레너드 슬래트킨이 주인공입니다.

림스키 코르샤코프 - 러시아 부활절 서곡

차이코프스키 - 안녕 숲이여(오를레앙의 처녀)

차이코프스키 -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프로코피에프 - 칸타타 알렉산드르 넵스키


음악을 글로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누군가의 연주와 노래를 평가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저 이들 작곡가들이 살아온 시대를 상상하며 2시간을 보냈습니다.

운명을 뛰어넘고자하는 의지와 환희, 인내와 격동으로 충만한 시간,

저의 마음도 아마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알렉산드르 넵스키''에 ''빙상위에서의 전투''에 이르러 그들의 소매를 붙잡은듯한 기분에 하염없이 마음이 광폭해지면서도 무너져갑니다.

연주가 끝난 후에 혼자 눈이 녹지않은 밤길을 걸어갔습니다. 이제는 길 위에 사람도 드문드문합니다.

뭔가 모를 후련함이 맘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 시대를 내 앞에 재연해준 레너드 슬래트킨, 올가 사보바, 서울시향과 합창단 여러분께 그저 감사드릴뿐입니다.

200명이나 되는 연주자들이 함께한 무대.
같이 간 사람이 열심히 세서 알았는데, 합창단이 105명, 오케가 95명이었다는...
너무 좋은 공연을 너무 저렴하게 봐서 되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네요.

서울시향 공연은 정말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