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소설의 대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의 소설 ‘위기의 여자’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었다.

내용은 남편의 배신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인데 현재 나의 위치가 주인공 모니끄의
젊은 시절 모습과 흡사한 생각이 들어 내용에 몰입이 되었다.

임신을 하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남편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뒷바라진한 모니끄.
하지만 그것에 대해 고마워하긴 커녕 자신의 우아한 인생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아들의 책임까지 아내의 책임이라 말하는 남편 모리스,
엄마가 아빠의 바람으로 힘들어하는데도 크게 마음 아파하지 않는 딸 꼴레르와
아들 니꼴라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생을 다바쳐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아이들을 키워도 결국 그들에게 더 중요한건
그들 자신..

아들 니꼴라이가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열심히 살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대비를 하지않은 잘못을
했다고..

이 세상에 나쁜 것은 무조건 나를 피해간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인생에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니끄의 심리묘사를 위한 첼로 연주와 제한된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도입된 영상,
그리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연극의 품격을 높인 것 같다.

오랜 만에 잘 만들어진 연극을 봐서 비바람 부는 날 나선 외출이지만 보람있었다.

어느 날 신뢰하던 남편으로부터 여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속에 빠진 모니끄의

갑작스런 충격과 혼란으로 부터 그녀의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이성이 깨어난다

단순한 외도로만 보였던 이 사실로 인하여 부부간의 불신의 씨앗은 결국 파국으로 이르게

된다

비오는 날 본 공연이라 그런지 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인 첼로의 무거우면서도 차분한

선율이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깊은 애수에 잠기게 한다

모니끄와 모리스 부부의 지난 날의 회상은 마치 그림의 한폭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영상으로

지나가는 듯 하다

무대뒤에 프로젝션에는 분위기에 맞는 영상으로 무대에서만 보는 연극을 벗어나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더욱 좋았다

또한 모니끄2를 등장시켜 자신의 갈등과 고민을 서로 대화로 해 나가 심리적인 갈등을 아주

잘 묘사시켰다

무대 세트도 2개로 아담하고 예쁘게 세팅이 되었고 비눗방울 날리기도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

모니끄와 모니끄2가 추는 탱고 또한 새로운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여자이기에 겪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감정을 죄다 느끼고 온 기분.

극장을 나서는 순간 저는 이미 모니끄였습니다.
더이상 세상이 두렵지 않고. 그 시선과 질타와 주목됨에 훼방되며.
제 자신을 만납니다.

결국, 나를 안아줄 수 있는 건 내 자신 뿐이라는 사실과,
마주한 내 자아와 함께 다정히 손잡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이땅의 모든 여자들이 보암직한 연극.

배우분들의 몰입도도 너무 좋았고.
첼로연주도 가히 환상적이였어요.ㅠㅠ

정말,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