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나는 배우 ‘김슬기’에게 반했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뽀 연기가 맘에 든 점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국민여동생 선발대회 장면이었다. 1+1=귀요미라고 말하며 애교 떠는 그녀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1+1이 귀요미였으면 좋겠다. 2+2도 귀요미, 3+3도 귀요미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냥 2일뿐이다. 3이고 4일 뿐이다.

수학은 미로다. 입구로 들어가면 수많은 길이 있다. 돌아가다 막히고 왔던 길 다시 가고 일련의 반복을 거쳐 출구로 나온다. 사람마다 헤매는 시간은 다르다. 하지만 수학의 답이 하나이듯 미로의 출구도 하나다. 빨리 빠져 나올수록 좋다. 늦게라도 나오면 다행이다. 하지만 헤매다 못 나올 수도 있다. 헤매다 못 나오면 패자 취급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미로를 빠져 나오듯이, 수학적 삶을 추구하는 이유기도 한다. 답을 향해 최단 거리로, 최단 시간으로 달려가는 똑같은 삶. 우리는 이것을 엘리트의 삶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노란 버스를 타고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동심 가득 동요를 부르고 열 맞춰 동물 소리를 내 보지만 다 허튼 짓이다. 이미 수학적 인간의 삶에 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가고 입시 학원을 다닌다. 대학을 간다. 대학에 가서 토익 학원을 다닌다. 외국에 간다. 외국에 가서 어학원을 다닌다. 취직을 한다. 자기개발이라는 핑계로 또 다른 학원을 다닌다. 수학을 가장 싫어했던 나조차도 알게 모르게 이런 수학적 삶을 사는 5천만 국민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연극 <빨간 버스>의 세진은 이런 수학적 삶에서 어긋나 버렸다. 그녀의 친구들이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한다면, 세진은 미로를 박차고 입구로 나와 버린 꼴이다. 그녀에게 도벽이 있다면 옷을 훔치고 신발을 훔쳐야 정상인데 분유와 기저귀를 훔친다. 아디다스가 하디스가 되어 버렸다. 수학 공식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세진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공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가 봤자 다시 미로 속에서 헤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수학적 인간의 삶에 필요한 윤리는 무엇일까? 수학적 인간에게는 윤리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윤리 공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정체성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를 따지고 확률적으로 얼마나 유익할지 가늠해 본 다음에 윤리적 행동을 한다. 그렇다. 이건 윤리적 행동이 아니다. 수학적 행동이다. <드라마의 제왕>의 앤서니 김의 확률론은 차라리 귀엽다. 수학적 행동이라고 대놓고 말하기 때문이다. 수학적 행동을 하는 비윤리적 행동자는 누군가?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계산기를 두들기며 자기에게 유리한 방안만 도출해 내려는 양쪽 야권 캠프다.

수학적 삶을 살아온 어른들의 강의는 더 가관이다. 자신의 수학적 삶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하며 도전하고 변화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의 자녀들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수학적 삶을 강요한다. 어쩌면 이 역시 공식화된 수학적 패턴일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2시간짜리 공간 안에서는 도전과 변화로 무장하지만 2시간 후에는 다시 수학적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화자의 숨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내는 훌륭한 청자들이다.

수학적 삶을 거부한 세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수학적 삶의 시작인 노란 버스에 치여 죽는다. (차에 치여 죽으나 그것이 노란 버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믿는다.) 결국 우리네 삶은 수학 공식처럼 짜여진 레파토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그것을 거부할 경우에는 고통과 눈물 속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건가? 여기서 벗어나면 그 흔한 노래 한 번 부를 수 없는 삶.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한 초등학생이 학원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뉴스를 보았다. 8살이란다. 세진과 8살 어린이의 명복을 빈다.

우리 사회의 가려진 청소년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오는 연극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굳이 주인공 세진이를 죽게하는 것이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걸렸는데, 좀 생각해보니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그것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게 지금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니까요......

골목길 극단 박근형 대표의 청소년극이라...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쩜...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청소년극이었다는 느낌이었다.

배우들의 교복 연기와 내면 연기도 좋았고...
약간은 이해하지 못하겠는 결말도 나쁘진 않았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이공연은 청소년뿐아니라 현대를 살고있는.. 자신의 18살을 기억하고있는 모두가 봐야하는 공연이지 싶다. 아주 근본적인 누구나 공감하지만 속시원히 말하지 못했던 은밀한부분까지 한꺼번에 털어내주는 시원한 연극 아닌가 싶다. 따뜻하지만 쓸쓸한 분위기와 소품의 연출들이 똑똑했고, 또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단순히 "누구나 실수는 하니 그저 이해해라" 가 아니라 누가 그렇게 만들었고 서로를 판단하고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는것이 과연 정당한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는듯 싶다. 중간중간 화음이 제대로 맞춰진 노래들은 연극에 분위기를 더하고 극이 진행될수록 대사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이게되는 연극이지 싶다. 아마 2012년 국립극단이 만들어낸 최고로 뜨거운 극이 아닌가 싶다!

청소년극이라고 해서 왠지 교훈적인 내용이 아닐까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의심이 미안해지는.. 정말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실감나는 욕설 대사는 빵빵터졌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음악과 신호등을 연상시키는 조명... 모든게 좋았어요~
청소년극이라는 선입견에 빠질 필요 없이 굳이 학생들 어른들 구분 없이 봐도 좋다고 생각해요!
노란 버스에 타고 등교하던 시절부터 우리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아온 것 같아요.
사회 정한 규격화된 틀에 맞춰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인가, 그것만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가..
쇼적이고 화려한 뮤지컬도 좋지만 연말엔 이렇게 한번쯤 스스로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으로 한해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의미있고 재미도 있는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넘넘 행복했습니당~ 앞으로도 이런 공연 많이 만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