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관람 해도 후회없는 연극!
연출자의 질문에 삶을 되돌아 보게됐던 좋은 시간이였던것 같아요

여유가 있는 날(출퇴근을 할 때는 빨리 파란불 왜 안 바뀌어! 이 생각뿐이므로..) 차 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모르는 골목길을 지나다가 불이 켜진 남의 집 내부을 언뜻 보았을 때, 세상에 내가 모르는 엄청나게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저 사람들은 각각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갈까,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들과 내가 언젠간 교집합을 가지게 될 날이 올까? 기대하지 않고 보러간 연극 "서울연습 : 모델, 하우스"는, 내가 궁금해하던 그 ''이야기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첫 장면은 후에 자신을 ''신''이라고 일컫는 여배우가 여섯 개의 풍선을 불면서, 그러니까 여섯개의 세상을 창조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여섯 명의 배우는 자신의 간식이 전자렌지에서 돌아가는 5분 가량의 시간동안 ''서울''과 관련된 질문에 답한다. 이 질의응답은 배우들 각자가 실제로 작성한 내용이라고 함. 기억에 남는 질문은, 왜 서울에 살게 되었나요? (살고 있다보니, 살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서울 풍경을 묘사해보세요(501번 버스에서, 동작대교를 건너는 지하철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며...), 처음 서울에서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은? (반지하에 살았을 때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구두소리만 가지고도 그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는 신 입니다!)

광장을 만드는 장면에서 한 배우는 실제로 드릴로 무대를 파고 흙과 묘목을 가지고 와서 나무를 심는다.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북한의 김정은이 거리를 배회하고, 어떤 이는 트렘폴린 위에서 노는 와중에, ''신''은 계속해 세상을 만들어낸다. (신 역할의 여배우는 공연 내내 엄청나게 많은, 그리고 큰 풍선을 분다. 오늘이 한 달 공연의 막공이었다는데 배우의 건강이 걱정된다.)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에 어떤 물리적인 상호작용도 없다. 여섯 명의 배우가 신나게 풍선을 가지고 노는가 싶더니, 어느 새 비가 내리고 모두 우울해진 채로 공연이 끝났다. 신이 화를 품은 숨을 내쉬었기 때문인가? ("제가 숨을 잘못 내쉬면, 세상엔 전쟁과 흑사병이 만연하게 됩니다")

서울은 확실히 엄청나게 많은 풍선들이 상호작용없이 교차하는 삭막한 곳인 것도 같다. 요새 부모님과 집값 때문에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집값은 정말 비정상적이다. 도곡동을 지나다가 ''도곡 county''라는 이름의 아파트를 보았다. 비싼 척 하는데다가 오만하기까지 한 도시다. 그래도 나는 생각이 나질 않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20년이 넘게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외국이 아니라면, 평생 서울이 아닌 도시에서 살 계획도 없다. (왠지 춘천은 가능할 것도 같음ㅡㅡ) 도심을 아주 약간만 벗어나도 여행을 떠난듯 설렘을 주는 긍정적인 도시는 세계에 서울 밖에 없을 것 같군뇨ㅋㅋ 서울 프리덤!

"서울연습-모델, 하우스" (부제:두산인문극장2013 작, 구성, 연출:이경성 출연:나경민, 오의택, 장수진, 성수연, 오대석, 김승록 제작:두산아트센터, 크리에이티브 VaQi 극장:두산아트센터 Space111 별점:★★★★☆) 이 공연 정말 실험적이다. 처음부터 질문자가 있고 배우들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식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7가지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지는데, 스토리가 뚜렷이 있지도 않고 서사적이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도 있는데 어렵게 느껴지기 보다는 친근감이 든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가 관찰자가 되어 지켜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피관찰자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프로그램북에 연출과 배우들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적어놓은게 인상적이다. 극적인 내용과 감동은 없지만 공연이 끝난후에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이경성 연출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많은 분들 관람후기 그대로 정말 많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네요

공연끝나고 집가는내내 공연에서 했던 내용이 떠나질 않았어요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다니

정말 기쁩니다 ㅎㅎ 또 보고싶어서 토요일 공연 예매하려구요 그때뵙기를 ㅎㅎ

다른 공연보다는 뭔가 독특하고 생각을 많이하게하는 공연이었네요

비둘기의 눈으로 본 사람세상과
세상에 숨을 불어넣는 장면
교수형 목줄을 향해 뜀박질하는 모습

5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장면들

무대를 부수고 나무를 심고
비에 쫄딱맞으면서 끝나는 장면들

이어질거 같으면서 잘 이해안되는 아리송한 재미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