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까지 원정가서 본 연극..
대학로에서 할때 못 봐서
이번에는 꼭 봐야지 싶어 나들이삼아..

광기, 고뇌, 그리고 죄의식..
서주희&정동환은 최고....
오브제와 음악도 좋았다.

인간의 욕망..
그 때문인지 얼마전 본 메디아와 겹쳐보였다

혼신을 다하는 연기~~~와우입니다. 하는데 보는데 에너지가 필요한 연극인데 강렬하고 짧습니다

공연장 앞열에서 중간까지 단차가 없어서
앞사람 머리에 무대가 가려져서 공연의 절반도 제대로 못본 듯한 기분이...
목소리 연기는 굉장히 포스넘치고 좋았습니다...

레이디 맥베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연극을 이제야 보았다. 몇 세기 전부터 수차례 무대 위에 올려진 <맥베스>를 부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연극이다. 맥베스가 왕이 될 거란 마녀들의 예언에 혹해서 남편에게 왕을 죽이도록 부추기고 결국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조금씩 미쳐갔던 인물. 원작에서 레이디 맥베스는 몽유병에 시달리다가 맥베스가 맥더프와 일전을 치르기 전에 자살한다. 이 극은 레이디 맥베스가 자살하기 전, 환영에 시달리며 미쳐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극은 그녀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전개된다. 따라서 분명한 서사적 기둥을 중심으로 한다거나 뚜렷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등장하기보다는 그녀의 죄의식에서 발현되어 가지를 쳐서 뻗어나가는 심리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철저히 그녀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재구성되는 만큼 이야기의 순서가 혼란스럽게 엉키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장면들이 돌출되기도 한다. 그만큼 주인공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한데, 레디이 맥베스를 맡은 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열연을 보여 주었다. 순간순간 섬칫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1인 2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러닝 타임은 겨우 70분이었지만 극적 긴장감과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열연과 그리고 귀기 어린 극적 분위기가 더해져 숨을 쉬기 힘들 만큼 몰입도가 높게 전개되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엄청난 집중도를 요구해서 연극이 끝날 무렵에는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기도 했다.
이 극은 앞서 말했듯이 뚜렷한 줄거리나 서사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전의가 그녀의 몽유병을 치료하는 심리극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기본 설정이나 극 중간에 맥베스에게 왕을 죽이도록 종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녀의 심리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매일 밤마다 악몽을 꾸고 망상에 시달리다가 현실에서도 조금씩 분열을 일으키면서 끝끝내 무너지고 마는 여인의 심리. 그녀의 원죄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남편이자 그녀를 살피는 전의로 분한 배우가 동일인물이라는 것 역시 그녀의 이중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굵직한 서사가 없는 대신 이 극에서는 다양한 오브제와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공중에 매달린 얼굴 모형과 뒤에 그려진 그림, 등장인물들이 오가는 비탈진 계단을 제외하고는 무대 장치도 거의 최소화되어 있다.그리고 앞과 뒤가 다른 양면의 얼굴 오브제와 가파르고 기울어진 계단은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레이디 맥베스의 흔들리는 심리를 보여줄 때 배우들이 오브제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펼침으로써 긴장감을 높인다. 밀가루나 찰흙, 물 등을 비롯하여 소품이나 빛, 음악 등이 마치 환영처럼 모두 살아 움직이면서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배우들의 춤사위나 퍼포먼스 또한 강렬하다. 직접 무대 뒤편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진흙에 얼굴 형상을 빚었다가 다시 망가뜨리기도 하는 등 인간의 심리를 시각적인 요소로 환원시켜 보여주려는 시도가 참신하고 방법 또한 탁월하다. 마치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 극중에서 다채로운 이미지들로 고스란히 형상화된 것 같아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극중에서 증상이 심해질수록 더욱 거침없고 신랄한 저주를 퍼부으며 악착같이 맞서던 그녀는 결국 전의와의 심리 게임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녀의 죄의식과 양심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고 욕망과 뒤엉켜서 스스로를 옥죄려 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의 제물이 되어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만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바닥까지 보여주는 대사와 장면들, 인간의 욕망과 죄에 대해 묻는 묵직한 주제의식, 그리고 마치 한편의 제의 같이 섬뜩하고 장엄한 분위기는 확실히 강렬하고 압도적이다. 실험적인 시도는 충격적일 만큼 신선했고, 다양한 오브제들의 활용은 확실히 객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하다.
다만 한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지독할 만큼 치열하게 파헤치고 드러내서 계속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더구나 그녀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파고들기 &#50975; 모든 소리와 빛과 소품들까지 동원되다 보니 꼼짝없이 객석에 갇혀서 제의에 동참하기를 요구받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이야기가 한달음에 진행되고 점점 깊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흐름을 놓치고 나면 다시 집중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마치 주술과도 같은 극의 힘이었으리라. 사실 볼 때는 불편하기도 하고 계속 보고 있기가 괴로운 순간도 있었는데, 다 보고 나니 그 잔상이 지워지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는다. 마치 각인처럼 눈에, 귀에, 머리에, 심장에 꽂히고 새겨졌다고나 할까. 기회가 있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생각보단 실망스러운 극이었어요ㅠㅠ 아쉬움이 남는.